파업 직원 몰래 따라다닌 삼성전자서비스CS 대구콜센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명백한 불법 사찰"

14:25

삼성전자서비스CS 대구콜센터 사측이 파업 중인 직원을 몰래 따라다니며 불법 사찰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콜센터장은 노조의 추궁에 본인 지시를 인정하면서 위법 행위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CS 경기, 광주, 대구콜센터 노조(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29일부터 파업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에 직고용된 수리, 설치 기사와 달리 콜센터 상담원은 삼성전자서비스CS라는 자회사로 전환됐다. 금속노조는 같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인 수리, 설치 기사와 콜센터 상담원의 집단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 이틀째인 지난 30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대경지회 대구콜센터분회는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대구콜센터(삼성전자서비스 남대구센터 2층)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남구 영남대의료원으로 이동했다. 해고노동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한 달째 고공농성 중인 보건의료노조와 연대하기 위해서다.

대구콜센터분회 조합원들은 영남대의료원 본관 로비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피케팅을 했다. 잠시 흡연 구역으로 나온 한 조합원은 센터 운영담당자 A를 만났다. A는 아이가 아파 함께 병원에 왔다고 했다.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조합원은 A와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오전 10시 30분께 또 다른 조합원들은 의료원 로비에서 센터 노무담당자인 B를 만났다. 오전에 양복을 입고 센터에 출근했던 B는 평상복 차림에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파업 중인 직원을 따라 온 대구콜센터 노무담당자 B (사진=금속노조)

B 님, 어디 아프신 거예요?
-아니요. 우리 직원들 잘하고 계시는가 해서···

노조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B는 “우리 직원들이 잘하고 계신가 해서”라고 말했다. 핸드폰으로 조합원 활동사진도 여러 장 찍어놓고 있었다. 노조는 B에게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B는 그 자리에서 사진을 지웠다.

이날 오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대경지회는 센터를 방문해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C 센터장은 직접 지시한 일이라고 시인했다.

C 센터장은 “(법에 저촉되는지는) 전혀 몰랐다. 어떤 얘기를 하는지 보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될 거 같다”고 답했다.

최장호 대구콜센터분회장은 “이번 일을 겪으니 불법사찰이 한 번뿐이 아니라고 의심된다. 저한테도 2주 동안 차량 미행이 붙은 적이 있었는데 의심스럽다”며 “합법적으로 파업하는데 굳이 따라와서 감시하는지 모르겠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고, 조합 활동을 압박할 수 있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금속노조는 31일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해당 내용을 알리고 감독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부당노동행위, 불법 사찰 혐의로 각각 고용노동부,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