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민주주의’, 진짜 ‘보수’ 선택한 영덕군민…91.7% “핵발전소, 난 반댈세”

영덕핵발전소 주민투표 결과 10,274명(91.7%)반대, 865명(7.7%)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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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민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진짜 보수를 선택했다. 군수, 국회의원, 대통령에게 위임한 주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오로지 핵발전소 확대가 답이라는 가짜 보수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진짜 보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영덕군은 지난 2010년 4만여 명의 군민 중 399명의 찬성을 받아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했다. 이후 의견수렴 절차는 군청과 정부가 고른 대표자들을 불러 핵발전소와 지원정책을 맞바꾸는 식이었다. 그리고 11월 11일, 12일. 영덕 주민은 투표소로 직접 나왔다. 10,274명(91.7%)반대, 865명(7.7%)찬성.

18,581명이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직접 서명했고, 그중 11,209명(60.3%)가 투표에 참여했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산업부와 행자부, 한국수력원자력(주) 등이 불법적인 허위사실 유포, 향응과 물품 제공, 관광보내기 등의 온갖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투표를 방해해왔으나 영덕군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성공시켰다”며 “이희진 영덕군수와 강석호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부는 주민투표에서 확인된 영덕군민의 민심을 에너지 정책에 반영시켜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도 “정부와 군수의 온갖 방해와 협박 속에도 투표에 참여한 군민들의 승리”라며 “정부도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수용하지 않을 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도 이는 모두 정부 책임”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정부는 영덕군민을 향해 동문서답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담화문을 통해 “이번 투표는 법적 근거와 효력이 없으며, 따라서 정부는 투표결과 인정할 수 없다”며 “일부지만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영덕군민이 계시다는 점을 정부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안전한 원전 건설과 운영, 상생의 지역 발전을 위하여 더욱 세심한 배려와 열린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399명으로 통과시킨 결정은 되돌릴 수 없고, 10,274명의 주민을 ‘일부 주민’으로 격하시켰다. 하지만 불행히도 정부의 발표는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무수한 시민사회단체는 “투표에 참여하면 불순좌파세력”이라는 딱지에도 더 많은 민주주의와 ‘진짜 보수’를 선택한 영덕군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녹색당은 13일 논평을 내고 “이번에 투표소를 집회시위장소로 신고한 건 그저 한수원의 방해 공작을 물리치기 위함만은 아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곧 집회였다”며 “‘핵발전소 유치를 두고 주민의 동의를 받으라’는 민주화 시위였다. 그 시위에 군민 11209명이 참여한 것이다. 4만 명 이하의 이 지역 주민등록인구를 감안하면, 이는 영덕군 초유의 ‘대규모 항쟁’”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