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처음으로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는 대구시민문화제가 열리며 “전태일이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한다”는 화두가 던져졌다. 전태일 열사 기념에 시민운동 영역의 참여 없이 노동계에서 이루어져 온 상황에서 던져진 화두다.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맞아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가 진행되며 12일 저녁 7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전태일 기억하고 상상하라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에는 서태영 인물갤러리 ‘이끔빛’ 대표,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 신동민 경북대학교 학생이 주제발표를 했다.
전태일 열사를 왜곡되지 않게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상구 이사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행위를 제사라고 한다면 전태일을 기억하는 데에도 장자상속권 같은 권한이 생긴다”며 “앞서 전태일을 기억하는 권한은 종교계와 노동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문화제가 열린다면 전태일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전태일은 대구에서도 집을 많이 옮겨 다녔지만, 전태일의 흔적이 중구 남산동에 있다”며 “전태일을 기억하려고 한다면 전태일이 출발한 시간으로 돌아가 전태일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한다. 그랬을 때 왜곡되지 않은 전태일을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근혜가 역사를 본인이 제사 지내는 대상으로 보는 것과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태영 대표는 “역사는 무자비해서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데 대구의 인물 기념사업 양상은 역사 앞에서 무례와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2·28운동 기념은 과잉됐고 국채보상운동 기념은 본질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태영 대표는 “특히 대구를 가장 자랑할 수 있는 10월 항쟁이 있는데도 지역 차원에서 사업이 뒤따르지 않는 것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신동민 씨는 ‘전태일’과 ‘대구’, ‘청년’의 연관 단어 검색 결과와 ‘전태일’ 키워드 검색량 수를 발표했다. 신동민 씨는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지금 대학생은 대부분 냉소주의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분신했다. 대구에서 그를 기리기 위해 이달 2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지난 10월 6일부터 31일까지 270여 명의 시민과 단체가 추진위원으로 참여했고,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노태맹 <뉴스민> 대표, 정중규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허은영 씨가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추진위는 전태일 열사 45주기가 되는 오는 11월13일을 전후로 12일부터 21일까지 대구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연다. 이날 집담회 이외에도 13일에는 2.28공원에서 ‘대구시민문화제’를 연다. 또, 21일에는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와 함께 발자취를 답사하는 ‘전태일 삶의 자취를 찾아서’, ‘전태일의 정신, 문학의 길’이라는 주제로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12일부터 21일까지 오오극장 갤러리에서는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와 대구지역 시인의 시화전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