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로 구성된 대구시의회는 출발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7월 2일 처음 열린 회의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의원 5명이 불참하면서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 쪽에선 부의장에만 동의하고 상임위원장은 거부했다.
민주당은 전체 30석 중 5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맡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의석 점유율은 16.7%였지만, 지방선거 부활 이후 가장 많은 의원이 진출했고,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가 실시된 3회(2002년) 선거 이후 최고 득표율(35.78%)을 기록했다. 한국당은 가장 낮은 득표율(46.14%)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은 6개 상임위원장 중 한 자리도 양보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이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자신들만의 선거로 김혜정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민주당은 반발했지만, 출발부터 ‘자리’ 때문에 다투는 모습을 오래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승복했다. 김혜정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론 처음 대구시의회 의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11일, 김 의원을 만나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대구시의원이면서, 재선 의원이자, 부의장으로서의 1년이었다. 동시에 첫 민주당 재선 의원이며, 첫 민주당 부의장으로 1년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년의 주요 성과로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꼽았다.
중학교 무상급식을 공약했던 권영진 시장은 중학교 1학년만 우선 실시하는 2019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을 만들었다. 달성군이 단독으로 전면 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대구교육청이 대구시만 준비되면 전면 실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대구시는 전면 실시로 예산안을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행정감사를 활용해 여러 차례 중학교 무상급식을 강하게 요구했다.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행정감사 때 중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자고 했지만 집행부에선 안 된다고 했어요. 의장도 안 된다고 했어요. 교육청과 우리 시가 뜻을 모으면 가능한 부분일텐데, 전국에서 실시하는데 대구에서만 안 된다고 했어요. 지금도 강원도를 제외하면 급식 단가가 제일 낮은 곳이 대구거든요. 우리가 행정감사에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지적을 했죠. 그리고 며칠 뒤에 의장과 시장, 교육감이 모여서 갑자기 전면실시로 바뀌었어요. 당시에는 의장이 주체가 되어서 정리된 것처럼 비쳤지만, 우리 당이 강하게 요구한 성과였어요”
김 의원은 또 “여성 인권이나 장애인 인권 같은 문제는 다른 의원들보다 우리가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물론 중구에서 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잘못해서 사과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인권 문제는 우리 의원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이라고 시의회에서 인권 이슈를 자주 다루게 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4월 대구참여연대와 대구YMCA는 대구시의회 의정활동 6개월을 평가하면서 “전 의회는 토목, 건설 관련 질의가 많았으나 이번 의회는 인권, 안전, 통일, 교육 등 다양해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의정 1년 평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내용을 반복해 홍보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민주당 소속으로 홀로 의정활동을 하던 지난 7대 의회(‘14.7~‘18.6)와 비교하면서 “다섯 명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활발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시민들, 시민단체가 민주당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민주당 의원이 1명 있다고 해서 많은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잘 찾아오진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려움이 있으면 민주당 의원을 찾아와서 상담을 하거나 간담회, 좌담회를 원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어요. 패션봉제업계나 환경단체, 보건교사들, 여성단체에서 찾아와서 간담회도 하고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집행부와 이야기해서 개선하고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의미 있는 변화라고 봐요”
변화는 김 의원에게 새로운 임무도 부여했다. 한국당과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도 재선 의원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대구시의회 역시 경북도의회와 마찬가지로 교섭단체 제도가 도입됐지만, 의장 중심으로 의회가 운영되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양당 구도가 된 게 처음이잖아요. 지금까진 없었던 경험을 하고 있는건데, 국회하곤 다르게 지방의회는 당 대 당 대결이 약해요. 그래서 지금은 교섭단체 운영 체계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여전히 의장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강해서 저쪽과 소통하는 역할을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주장만 강하게 하면 조례 하나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영위원장이나 의장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갈등 소지를 줄이기 위해 제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5년 동안 지켜본 권영진 시장에 대해선 “민선 6기에 처음 오셨을 땐, 서울에서 부시장하고 국회의원 하셨던 분이라 많은 변화가 있을거라 기대했다”면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인사에서 특히 많은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봤어요. 변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라고 봐요. 집행부가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변화를 싫어하는 문화가 여전해요. 수장이 바뀌어도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 이상 힘들겠구나 느껴요. 공항 문제처럼 시민 화합이 필요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 있구요. 원탁회의 정책도 실효성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아쉬움이 있는 만큼 김 의원은 부의장으로서 남은 1년을 “집행부 견제에 힘쓰는” 1년으로 만들고 싶다. 김 의원은 “지난 1년은 자기 의정활동을 하면서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됐을 거라고 본다”며 “이젠 문제가 있는 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서 예산을 절감하든, 개선을 하든 민주당 의원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