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생활기록부] “중증장애인이 편하게 다니면, 누구나 편해”

[인터뷰] 이시복 대구시의원
“교통이동약자편의센터 도입 필요”
“자유한국당, 장애 정책에 더 관심 가져야”

18:33

“저출산 시대,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서 노인 인구는 자꾸 증가해요. 대구도 심각한 고령화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데, 고령화되면 아무래도 거동 불편은 어쩔 수가 없거든요. 결론적으로 중증장애인이 편하게 다니도록 시설을 만들면 교통약자, 임신부, 노약자, 어린이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시복 대구시의원(60)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비례대표로 대구시의회에 입성했다. 본인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다. 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부협회장 등을 맡으며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했다.

▲이시복 대구시의원(사진=대구시의회)

지난 1년 동안 이 의원은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 권익을 향상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동분서주했다. 1년 동안 발의한 4건 중 3건이 장애인 권익 관련 조례안이고, 지난해 9월에는 장애인 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촉구하는 시정 질문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단체장이 장애인 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책을 발굴하고, 장애인 친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전국 첫 조례(‘대구광역시 장애인친화도시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를 제정했다.

지난 5일 대구시의회 본인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장애인 친화도시를 만드는 일에 심도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이 의원은 다른 시·도 사례나 해외 사례를 거론하면서 대구시가 장애인 친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하나씩 꼽아나갔다. 최근 장애인 정책에 소홀한 듯 보이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임기 중에 대구시가 장애인 친화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마련해두고자 한다. 이 의원은 대구시가 장애인 친화도시가 되기 위해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을 시민 인식 개선으로 꼽았다.

“서구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요. 장애인 자립주택 마련하는데 주민들이 왜 우리집으로 오냐면서 반대를 했거든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부족해서 그런 거예요. 지난 3년 동안 대구시 인식 개선 사업비가 3천만 원인가 그랬어요. 증액 없이. 제가 이번에 동료 의원들 협조를 받아서 올해 3억 원으로 배정을 받았거든요. 7월 12일에 인식개선 서포터즈단을 발족하고요. 영상 홍보물도 만들어서 TBC를 통해 방영할 계획입니다”

인식 개선 다음은 교통 편의성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장애인 이동권을 증진하는 정책에 관심을 갖고 관련 조례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3월 대구 축구 전용 경기장(DGB대구은행파크)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시의회에서 경기장까지 전동휠체어로 찾아간 이야기를 꺼내며 대구시의 부족한 점을 설명했다.

“다른 의원들은 버스 타고 가는데, 2.4km 정도를 전동휠체어를 타고 갔어요. 가는 동안 6~7번 정도 휠체어에서 내렸거든요. 턱이 높아서 못 가거나 아니면 인도 블록이 꺼져서 이동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보족이라도 하고 걸을 수 있으니 내려서 이동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중증척추장애인들은 어떻게 하겠어요? 하지 마비 장애인은 정말 불편하거든요. 울퉁불퉁한 그 길로 가고 싶겠어요? 자기도 모르게 차도로 내려가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사고가 나는 거고.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요”

▲이시복 의원은 지난 3월 대구 축구 전용 경기장을 전동휠체어로 찾아갔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사진=이시복 페이스복)

이 의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칭 교통이동약자편의센터를 대구시가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장애인이나 교통약자 이동에 불편한 점을 제거하는 업무만 전문적으로 맡아 하는 센터다. 이 의원은 “경기도는 이미 2015년부터 조례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며 “인도를 수리, 보수할 때 센터에서 파견하는 점검요원이 가서 공사 마무리되는 것까지 살피면서 턱이 있는지, 다른 장애물은 없는지 살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도 저승버스가 좀 들어와 있긴 해요. 적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들어오면 뭐 하냐 이거예요. 장애인이 승차하는 곳까지 가는데 장애가 많아요. 승차장이랑 버스 높이도 안 맞고, 그래요. 서울은 무장애 저상버스 정류장이라고 해서 계속 만들고 있거든요. 대구가 산악 지역도 아닌데 이렇게 교통 방해 요소가 많다는 건 지금까지 시가 신경을 안 썼다는 거예요”

이 의원은 센터 운영에 필요한 조례안도 이미 마련해 준비 중이지만 대구시와 의견 조율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발의를 미루고 있다. 이 의원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친장애인 정책을 펴는 시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좀 더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을 펴주길 기대하고 있다.

“권 시장이 서울시 부시장 할 때 장애 정책으로 활동한 분들하고 연락이 돼요. 들은 바가 있기도 하고, 다른 어떤 광역단체장보다 권 시장이 장애인에 대한 마인드가 좋다고 봐요. 그렇지만, 기존에 있는 행정으론 개선이 안 되는 게 있어요. 그것(교통약자 이동문제)만 전문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거나 민간위탁을 주거나 해서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죠. 안 그러면 절대 개선이 안 될거예요”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주요 지지 기반이기도 한 장애계 정책 개발에 소홀한 것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진보 쪽에서 앞서갔다”며 “김대중 대통령 때 엄청 장애인 복지가 강화됐다. 자유한국당도 그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적으로 등록 장애인이 250만 명이고, 등록 안 한 사람 하면 약 500만 명으로 봐요. 장애인 가족도 1명 더 있다 보면 1,000만 명이 장애인 복지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이에요. 그런 사람들 표를 두고 어떻게 집권을 할 수 있겠어요. 그 자체가 의문스럽지요. 지난번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당에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여성, 청년 위원회만 만들고 장애는 뺐거든요. 이런 건 잘못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