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 김모(35) 씨가 2일 새벽 숨졌다. 유족에 따르면, 김 씨는 1일 근무를 마치고 회식에 참여했고, 회식 이후 직원들과 따로 편의점에 들러 술자리를 이어가던 중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
당시 동료들은 김 씨가 깨어나지 않자 응급구조대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했고, 병원 이송 뒤 약물치료도 받았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코크스 공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다 최근 주간 근무 부서로 옮긴 후 가족에게 작업량 과다를 호소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2일 오전 0시 38분 사건을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북부서는 당시 현장에서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했고, 국과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지난 4월부터 주간 근무를 시작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 씨가 있던 부서(화성부 코크스 공장)에 신입사원을 받기 위해 교대 근무 자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교대 근무를 하던 김 씨가 주간 근무를 맡게 됐다.
주간 근무로 옮기고 나서 김 씨는 아내 강모(34) 씨에게 업무 과다를 호소했다. 평소 오전 7시 20분 통근 버스로 출근해 오후 8시쯤 귀가 했지만, 회식이 잦아 늦어지는 날도 많았고 주말에도 하루는 업무를 해야 했다.
강 씨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화성부 공장 공사가 있어서 외부 업체 접대 자리가 많아졌다고 들었다. 일하고 회식하고 조금 자다가 또 일하러 가고 하는 생활이 반복됐다”라며 “주말에도 하루는 일하러 갔다. 쉬는 날에는 피곤해서 아이들에게 ‘구내염 때문에 말을 못하겠다’라며 놀아주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6월 18일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해서 휴가를 냈는데 그날도 회식이 잡혔다. 20일 아들 생일에도 회식 자리에 갔다가 밤에 돌아왔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아내 강 씨와 자녀 둘(4세, 7세)은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타지에서 결혼에 포항에 온 강 씨는 당장 자녀들을 두고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족은 사망 당일 빈소를 마련했고, 현재 발인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유족이 포스코에 대화와 근무 관련 자료 제출 등을 요청했으나, 포스코가 성실히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고, 산업재해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과거 산업재해 사건에서도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문제가 돼 조심스럽다. 부검 결과 같은 근거들이 나오기 전에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유족과는 성실하게 대화하고 산업재해 등 필요한 절차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