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9년에는 20개 단체와 20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수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대구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은별이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캠페인, 기자회견, 연대활동 등 외부에도 나가지만 주 업무는 사무다. 배치도 사무국으로 받았다. NGO 근무 시작과 거의 동시에 단체가 사무실을 이전해서 관련 업무가 좀 많았다. 네비게이션, 우편 주소 변경, 간판 시안을 만든다거나, 10년 연혁을 컴퓨터 문서화하기도 했다.(웃음) 홈페이지 업로드용 자료, 후원행사 책자나 웹포스터, 카드뉴스, 기자회견이나 시위에 쓰이는 피켓 등도 제작한다. 학교나 단체에 강의를 나가시는 성교육센터 강사들의 강의자료를 수정하거나 제작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청년NGO활동확산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가?
=특수교육과를 졸업 후 직무지도원 등을 하다가 장애인복지단체에서 일했다. 회계업무와 성인기 지적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조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유의미한 배움이 있었지만, 사회운동이라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근무하면서 장애인권교육 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때때로 학교 현장에 강의를 나갔다.
그 후에는 NGO활동 시작 전까지 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했었다. 장애당사자를 직접 만나 나만의 교육과 프로그램을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현실적인 한계나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아쉬웠다. 대학 재학 중 장애인지역공동체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교사로 1년 조금 넘게 자원봉사를 했는데, 이곳에서 활동이 사회운동을 접하게 된 계기였다.
이전부터 장애인권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가?
=전공이기 이전에 가족구성원 중에 장애당사자가 두 명 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삶의 일부였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시선, 멋대로 칭찬하거나 판단하는 것들을 접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공 선택도 그 관심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학생’, ‘장애’, ‘교정’ 등의 전통적이고 좁은 개념 위주였다. 더 넓은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 하니 전반적인 인권에 대해 바라보게 되었다.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작년 경북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했는데, 정말 대구가 그립더라.(웃음) 대구에서 일하고 싶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랐지만, 스무 살까지는 흔히 말하는 ‘상경’을 하고 싶었다. 학교 다니고 수능 준비 하고, ‘지역사회’를 느낄 만한 경험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잘 모르니 막연하게 활발해 보이는 곳을 꿈꾸었달까. 그런데 점점 대구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특히, 페미니즘이 화두가 된 후에 대구에서도 활동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의 운동에 관심이 점점 커지던 차였지만, 활동가나 상근으로 뛰어드는 것에 대해 주저함 내지는 겁(?)이 있었는데, 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딱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내가 구직자로 단체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매칭해주는 시민센터가 있지 않나.
그래서 면접 날 각 단체들에 대해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작은 박람회가 정말 좋았다. 단체들한테 그동안 평소에 궁금했던 거 다 질문해볼 수 있었고. 목적이 뚜렷한 사업이니까, 활동 초심자 입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지원했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어떤 단체인가?
=말 그대로 전화를 받는 단체다.(웃음) 농담이 아니라, 걸려오는 전화 놓치면 정말 안 된다. 어떤 분이 어떤 일로 전화를 주시는지, 긴급상담인지, 얼마나 절박한지 모르니까. 대구여성의전화는 여성인권운동단체고, 성폭력, 가정폭력에 관한 전화상담&면접상담과 더욱 지원이 필요한 분들에게 법률지원, 의료지원 등을 한다.
필요한 분들에게 산하 가정폭력피해자 쉼터도 제공하고, 사건의 규모에 따라 기관 차원에서 재판동행, 기자회견, 기관의견서 등 힘을 보태기도 한다. 가장 필요한 여성인권운동의 한 갈래라고 생각한다. 31년 동안 회원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랜 기간 함께 하는 나이 많은 회원님들도 많으시다.
단체분위기는 어떤가?
=흔히 생각하는 회사 모습과 좀 다르다. 물론 업무로 바쁜 사무실 풍경은 비슷하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민감하거나 개인적인 것에 대해서 함부로 먼저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를 규정 짓지 않는다. 생각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까 마음이 편안하달까. 단체 상근자 중 내가 가장 어리지만, 항상 존댓말로 주고받고. 회의에서 꽤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라 좋다.
대구여성의전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컴퓨터 능력과 디자인을 위한 미적 감각을 맡고 있다.(웃음) 사실 잘 모르겠다. 이제 2달째 근무인데, 배정받은 활동 기간이 5개월로 짧다. 5개월이면 어떤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맡아서 지속하기엔 짧고, 그렇다고 단발적인 업무들만 맡기에는 NGO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고. 애매하다. 일단 그때그때 윤활유처럼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무국에 속해 있지만 다른 부서에서 급한 일이 있을 때, 가장 필요한 곳, 때에 따라 제대로 일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단체 활동에서 주로 어떤 것을 배우는가?
=기본적으로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운다. 내가 만약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할 때, 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팀을 꾸리고 싶을 때 ‘이런 부분을 적용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시민단체끼리 연대하는 과정, 성폭력&가정폭력 사건에 접근하는 절차 등을 눈여겨보기도 한다.
활동하면서 변화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앞서 운동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과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오래 된 단체이니만큼 성폭력이란 단어가 존재하기도 전에 성폭력에 항의하고 싸운 분들이라던가, 미니스커트도 규제하던 시절에 육아휴직과 복직을 위해 투쟁했던 모습 등을 보면 인상 깊을 수밖에 없더라.
멘토링의 일환으로 부설기관인 쉼터소장& 상담소장과 질문하고 답변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궁금한 것들을 여쭈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활동 전에도 장애인권,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격주로 진행하는 활동가 스터디를 통해 더 정밀하게 배우는 기회를 얻고 있다.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있다. 3월 8일 여성의 날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단체 근무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접한 행사였다. 이때까진 여성대회를 구경하러 갔었는데, 참여단체 측에서 보니까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 행사를 만드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리고 기자회견, 분향소, 캠페인 등 현장에 있을 때 느낌이 많이 새롭다. 현장의 힘이 있는 것 같다. 단체들끼리 힘을 합치고 긴밀하게 연결된 것도 인상 깊었다.
남은 기간 동안 활동 각오?
=정신이 없을 것 같다. 5월은 가정 폭력 없는 평화의 달 캠페인과 후원의 밤 행사를 진행했다. 6월은 연대활동의 일환이자 기획단으로 참여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진행 등 많은 일이 남아있어서 굉장히 바쁠 예정이다. 개인적인 목표를 갖기엔 지장이 있을 것 같고, 단체에서 진행하는 활동을 열심히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청년NGO사업이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느낀다. 보통 다른 사업은 ‘뽑고 나면 땡’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여기는 ‘진짜로 관심을 두고 운영하는구나.’, ‘의미 있는 사업이구나.’라고 참가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인터뷰뿐만 아니라 월례회의, 워크숍 등 정말 참가자·활동가 중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