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재판받는 ‘청년 기부왕’ 박 모 씨(33)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박 씨는 주변인에게 받은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지난 1월 구속됐다. 박 씨는 투자자들에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으로 약 30억 원을 받았지만, 이를 기부에 쓰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17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안종열)는 박 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 씨에게 투자금을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도 참석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상당한 거액의 피해를 받았고 대부분 변제받지 못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 신문에서 박 씨는 피해자 3명에게 받은 투자금 약 15억 8,000만 원 상당을 아직 변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 구형에 앞서 박 씨에 대한 변호인 신문도 진행됐다. 박 씨는 변호인 신문에서 죄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박 씨는 투자자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 박 씨에 대한 과장된 언론 보도를 활용해 피해자들을 속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검찰이 “좋은 취지라고 해도 금액이 많다. 어떻게 변제할 것인가”라고 묻자, 박 씨는 “(형을 받고 나서) 특수용접 등 할 수 있는 일을 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씨는 “마음속에는 피해자들을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남은 삶을 피해자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 11일 박 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한편, 이날 재판장에 참석한 피해자 A(33) 씨는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 씨와 동창인 A 씨는 박 씨에게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총 6,300만 원을 투자 했다. 이 중 1,900만 원만 돌려 받은 A 씨는 남은 투자금도 돌려 받기 위해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하지만 언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 씨는 “일하면서 한 두푼 모은 돈에 부모님한테서도 돈을 받아 투자했다”라며 “언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로 갚을 의지가 있다면 특수용접을 해서 갚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당장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