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가 대구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마지막 공청회를 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노동자 간 갈등만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오전 10시 30분 최저임금위원회는 대구고용노동청 5층 대회의실에서 ‘2020년 최저임금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박준식 위원장 등 최저임금위원 14명이 참석했고, 박석규 옥외광고협회 대구지회장, 문상섭 자영업자, 방경섭 한국외식중앙회 대구북구지부장,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 서명희 전국여성노조 경북대생활관분회장, 김영태 한국노총대구본부 사무처장, 김두영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감독2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동결”과 “지역별 또는 산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1시간가량 지정 토론이 끝난 후, 공청회 참석자 사이에서 이번 공청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노동자 간 갈등만 부각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수찬 최저임금위원(근로자 측)은 “서울, 광주에 이어 대구 공청회까지 참석하고 있는데 너무 부끄럽다. 왜 을들끼리 싸우는 공청회를 하나”며 “불과 2년 전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하겠다 했다. 당연히 최저임금을 급속도로 올려야 한다. 정부는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 때문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이 혜택 보는 건 없다”며 “재벌 대기업 규제 정책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런 건 하나도 하지 않고, 오직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도 “대구에 평화산업, 경창산업 이런 중견 기업이 있다. 이분들이 대구 경제를 움직이고, 그에 기반한 노사관계가 최저임금 인상의 핵심이다”며 “그런 기업들은 빠지고, 영세 상인들, 노동자의 고충을 듣는 구도로 국민들 간의 갈등으로 몰아가서 정작 최저임금을 줄이려고 하는 거 아닌가”고 말했다.
김영태 한국노총대구본부 사무처장도 “오늘 오신 분들은 지급 능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이다. 영세 사업장,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은 순간순간 땜질하는 방식으로 나왔다”며 “정부에서 일반 법인세나 소득세를 소상공인에게는 특별하게 대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인건비가 올라가는 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방경섭 한국외식중앙회 대구북구지부장도 “2016년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18%에서 25%까지 늘었다. 그런데 인건비만 늘어난 게 아니다. 식자재, 상가 임차료, 관리비까지 하면 70% 넘게 나간다”며 “실제로 업주들이 가지고 갈 게 없다. 2017년 조사한 업체를 올해 다시 조사하는 400개 업소 중에 100개 업소 이상이 폐업했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정용주 최저임금위원(사용자 측)은 “공청회를 하기 위한 공청회를 위해 토론자를 섭외한 건가. 왜 이런 의구심이 드는지 양쪽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여기 공청회에 참석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합원 30여 명은 “최저임금 개악 반대”, “생활임금 보장하라” 등 피켓을 들고 공청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