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독립운동가 후손 100여 명, “영남대는 경북도민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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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는 경북도민의 것이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모인 유림·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최염 씨 강연 직후 이렇게 외쳤다. 이 자리에는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 이항증 씨와 광복회 경북지부, 경북 종가·종손들의 모임인 영종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21일 오후 2시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에서 ‘백산무역 설립 100주년과 민립대학’을 주제로 최염 선생 강연이 열렸다.

21일 오후 2시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만대루에서는 안동대 경북발전연구소, 영남대 교수회 주최로 ‘백산무역 설립 100주년과 민립대학’을 주제로 경주최씨중앙종친회 명예회장인 최염(87) 씨 강연회가 열렸다. 최염의 조부인 최준(1884~1970)은 일제강점기 ‘백산무역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영남대학교 전신인 옛 대구대학을 설립했다.

최 씨는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서애 선생을 배향한 뜻 깊은 병산서원에서 영남 문중의 종손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 바친 후손을 뵙게 되어 기쁘다”며 “서원은 향촌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민립대학이었다”고 강연의 운을 뗐다.

최 씨는 “독립운동을 도우려면 토지를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고민 끝에 3.1운동을 앞두고 안희제 선생 등의 동지들과 백산무역주식회사를 창립했다”며 “무역 거래를 한 다음에 현지에서 대금을 결손시키는 방법으로 현금을 전달했다. 백산무역에서는 윤현태 지배인의 동생 윤현진과 남형우를 상해로 보내 경비를 지원하고 활동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일제 초기부터 교육 사업을 했던 할아버지는 해방 이후 경북종합대학설립기성회를 만들어 대구경북 유지들의 동참을 이끌어내 대구대학을 설립했다. 백산무역의 이름으로 내려온 유산이 민린대학 설립으로 계승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80년대 들어서 박근혜 이사가 영남대에 오면서 교주 박정희라는 이름을 대학 최초로 쓰게 된다. 영남대 출범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민립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며 “영남대의 뿌리는 유림의 선비 정신과 독립운동에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제 삼성그룹은 지난 과오를 뉘우쳐야 하고, 정부는 영남대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유림의 파리장서운동, 백산무역주식회사 설립 100주년이 되는 지금 영남대의 뿌리 회복운동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21일 오후 2시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에서 최염 선생이 유림, 독립운동가 후손 100여 명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강연에 참석한 강윤정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연구부장은 “합자회사 백산상회가 운영될 무렵 경기가 굉장히 좋았다. 부채를 굳이 질 일이 없었는데, 부채를 떠안았다면 독립운동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1919년 주식회사로 전환되고 1925년 부채에 시달리며 1928년 문을 닫았다. 인수 과정에서 최준이 담보를 제공했고, 해방 이후 자금을 일부 돌려받아서 학교 설립 자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승렬 영남대 교수회 의장은 “영남대의 거대한 뿌리는 구 대구대학, 청구대학에 있다. 영남대 현재 대학본부는 구 대구대학까지 뻗친 뿌리를 인정하는데 인색하다”며 “제가 임기를 다하는 순간까지 영남대학의 거대한 뿌리를 되찾고 재생시키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1967년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설립했다. 대구대학은 1947년 최준 등 유림들의 모금으로 출범했고, 청구대학은 최해청(1905~1977) 선생이 시민대학으로 설립했다. 1960년대 “한수(한강) 이남에서는 제일 좋은 학교로 가꾸겠다”는 삼성그룹 이병철의 제안에 대구대학 운영권을 넘겼다. 그런데 이병철이 청구대학 경영권을 가진 박정희에게 넘기면서 영남대 설립자로 박정희가 등장했다. 영남학원 정관 1조에는 1981~2011년까지 박정희가 ‘교주’(현 설립자)로 명시돼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 영남학원 이사장을 맡기도 맡았다가 1988년 물러났다. 2009년 6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설립자 유족이자 종전 이사라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4명(전체 7명) 추천권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