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올바른 역사를 씁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강행한 박근혜 정부에 대구·경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오전 11시,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대구·경북 25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백지화시키기 위해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생각은 모조리 악으로 내모는 태도에서 파시즘을 전조가 보인다”며 “정권이 국민과 전쟁을 선포한 어제(2015.11.3)를 역사는 치욕과 비극의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국정화 추진 세력은 비밀 조직 운영, 근거를 상실한 거짓 선전, 말 바꾸기, 비판에 대한 협박과 탄압, 저열하고 공격적인 언동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국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다. 그 과정에서 정권이 보인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광기 서린 작태는 스스로 국정화의 정당성을 소멸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문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경북대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일제 식민 지배를 당할 때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처절한 투쟁이 있었고, 이후 독재의 폭압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민주화운동세력이 있었다. 그들이 이루어 낸 민주주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부끄러운 한 가지는 아직도 친일, 독재 세력이 정권에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잡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5.16 군사쿠데타가 혁명이라고 이야기하는 분이 만드는 ‘올바른’ 역사가 과연 국민의 뜻과 부합할 수 있을까. 교과서를 집필할 교수, 가르칠 교사, 배울 학생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자율성과도 위배된다”며 “이 사태는 좌우 이념문제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다. 함께 모여 막아내야만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교육부장관은 지난 3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 수렴이 끝난 지 11시간여 만에 확정 고시를 발표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중등 역사 구분고시 행정예고 의견수합 현황’에 따르면, 행정예고 기간 제출된 의견은 찬성 1만4882건, 반대 7113건이다. 그러나 의견 제출 인원 현황은?찬성 15만2805건, 반대 32만1075건으로 반대 인원이 찬성보다 2배나 많았다.
이에 김영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오늘날 이 사태는 친일 기득권 세력들을 지난 100여 년 동안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 죄를 짊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세력들이 우리에게 역사전쟁을 선포했다”며 “헌법에도 명시하듯이 3.1운동 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정신을 이어 저들이 왜곡하고 있는 역사를 제대로 서술할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9월 역사교수와 교수 329명의 반대 선언을 시작으로 시민사회노동단체 대표 711명 반대 선언, 9개 대학 40명 역사교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1,392명 교사 시국선언, 5개 대학 역사학도 반대 선언 등이 이어졌다.
오는 5일 오후 5시 30분 경북대학교 북문, 6일 오후 7시 한일극장 앞에서 각각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