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CJ헬로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설치, 철거 담당 기사들은 2년 전 정규직이 됐다. 건당 수수료를 책정해 도급 형태로 일하다가 기본급이 책정되고, 4대 보험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CJ헬로 원청 정규직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 일하다 다치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정규직화 후 1년이 지난 2018년 6월, 이들은 다시 근로계약서를 써야 했다. 정규직 근로계약서인데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이었다. 기본급은 160~170만 원으로 책정됐다. 설치, 철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고, 기본급에서 4대 보험, 퇴직금을 공제한다고 명시돼있다.
희망연대노조가 공개한 한 기사의 임금 정산 내역서를 보면, 기본급은 액수로만 명시해뒀고, 전체 임금은 설치, 철거 매출의 비율로 계산됐다. 자재비, CJ헬로 전용폰 사용료, 차량 임대 비용도 임금에서 차감했다. ‘기타 비용’이라는 항목으로 27만 원도 매월 차감한다. 한 달 차감 금액만 70만 원이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에 따르면, 임금은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하고,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때만 임금 일부를 공제할 수 있다. 또, 정보통신공사업법 제3조에 따르면, 정보통신공사업자가 아닌 사람이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없다.
희망연대노조는 “CJ헬로의 묵인하에 외주 업체는 개인 도급 기사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배 희망연대노조 CJ헬로 고색센터지부 대구수성지회장은 “처음에는 기본급이 있었는데, 1년 뒤에 다시 근로계약서를 썼다. 설치비의 얼마를 책정해서 사실상 기본급이 없는 도급 계약이나 마찬가지다”며 “우리가 저항을 엄청 했는데, 그때는 개인이다 보니까 안 되더라.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걸로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19일 희망연대노조에 CJ헬로 고색센터지부가 설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김정배 지회장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노조에 가입했다.
“저희는 계속 도급이었으니까 자제비나 통신비를 우리가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노조 없었으면 몰랐을 거에요. 제가 쓰는 개인 핸드폰 요금도 4만 원이 안 나오는데, CJ 전용 폰은 매달 4만 원씩 차감돼요. 이 폰을 써야지만 일을 할 수 있게 돼있어요. 내 차 끌고 가서 안전모 쓰고 전봇대 올라가서 땀 뻘뻘 흘리며 일하고… 그 비용을 다 차감, 차감, 차감하는 거죠”
이상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50%를 가산해 지급한다’는 수당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시간으로 돼있다. 하지만 이들은 매일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해서 회의를 해야 한다. 작업이 밀려 오후 6시가 넘도록 일할 때도 있다. 저녁 늦게 고객들이 전화가 오기도 한다.
희망연대노조가 대구수성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시간 30분 동안 시간 외 근무를 하는 거로 나타났다.
노조 가입하자 이틀에 한 번꼴로 불러
“노조 가입 권유하면 징계하겠다”
노조, 특별근로감독 요청
김 지회장을 시작으로 일부 기사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센터에는 ‘CJ헬로 자체 노조라서 힘이 없다’는 등 유언비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노조 가입 후 일주일 뒤, 센터장은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만 따로 불렀다.
“여러분들이 노조 가입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당황스럽다”
“근무 시간에 다른 센터에 전화해서 노조 가입 얘기하면 업무 태만으로 징계하겠다”
“언제 몇 시에 통화했는지 다 파악하고 있다”
-3.8일 대표와 노조원 간 대회 녹취록 중-
센터장은 설치와 철거 업무를 같이하던 기사들에게 더 이상 설치 업무는 주지 말라고도 했다. 대구수성지회가 공식적으로 한 노조 활동이라고는 센터 앞에서 선전전을 한 게 전부였다.
김정배 지회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조합원들은 불러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다. 불러서 같은 이야기를 계속한다”며 “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도 이렇게 시달리는 거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고 하소연했다.
대화 중에는 기존 임금 체계를 기본급이 고정된 임금으로 바꾸겠다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무늬만 기본급 체계였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기본급은 지급하고 그 외에 일부 금액을 사업자 형태로 지급했습니다. 그게 혹시나 잘못됐다고 하면 자진신고 하러 갈거예요”
“4월부터는 건 단위 아니고 고정 급여 형태로 진행할 겁니다”
-3.8일 대표와 노조원 간 대회 녹취록 중-
대표가 새로 제시한 임금 체계는 기본급 180만 원을 정하고, 유류비, 자재비 등은 회사가 부담한다. 다만, 유류비와 자재비는 인센티브 형태로 지급하는데, 기준 매출액을 초과했을 때 초과액의 80%를 지급한다. 기준 매출액은 회사가 임의로 정했다. 매출액 구간을 설정하고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를 산출하는데 사용했다. 기준 매출액의 최고 기준 매출액은 332만 원이다.
예를 들어, 한 기사가 매출 400만 원을 올렸다면 기준 매출액(332만 원)의 초과액, 즉 68만 원의 80%인 54만5천 원이 인센티브다. 기본급과 합하면 234만5천 원이다.
김 지회장은 “한 달에 400만 원을 찍으려면 사람이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일감도 들쭉날쭉할 뿐더러 내가 매출을 그만큼 찍고도 절반만 가지고 가면 누가 하려고 하겠냐”며 “이런 임금 계산 방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희가 노조를 가입한 게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근무 중에 차량 사고가 나도 다 자기가 부담해야 했다. 이건 아니다 우리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싶었어요. 대표랑 싸우려고 한 게 아닌데, 이렇게 나오니까 너무 충격이었죠. 정말 우리를 한 사람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뜯어 먹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구나”
이들은 지난 3월 28일 대구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을 제기하며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앞서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헬로 고객센터 협력업체가 설치 및 수리기사에게 명목상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면서 대부분의 임금은 설치수수료 명목으로 명시하고, 차감 항목을 월단위로 명시하는 등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를 자행하면서 도급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구고용노동청 노사상생지원과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사안에 대해 노동청에서 특별근로감독을 할 수 있다”며 “노조에서 제출한 청원을 접수했고 현재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스민>은 센터 측에 관련 문의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센터 측은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시간과 상관없이 답변을 요청했지만 센터 측 관계자는 “(답변)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