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주민 3천여 명이 100년 전 성주군에서 일어난 ‘4.2만세운동’을 재연했다.
2일 오후 5시 ‘성주 파리장서·4.2 성주독립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성주군 성주읍 성주전통시장에서 ‘4.2만세운동’ 재연 행사를 벌였다. 행사에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손자 김위 옹이 참석했고, 성주군, 성주군의회, 성주군유림단체협의회, 읍면추진위원회, 사회단체협의회 등과 학생, 지역 주민 등 3천여 명이 모였다.
1919년 서울에서 시작한 3.1운동은 전국으로 퍼졌다. 성주군에서는 3월 27일부터 4월 6일까지 성주읍, 선남면, 가천면 등 7곳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4월 2일 성주장터에서 일어난 만세 운동 중에는 주민 3명이 일본군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이 파리장서운동을 준비한 곳도 성주다. 민족대표33인 독립 선언에 유림 대표가 빠지자 김창숙 선생은 전국의 유림을 모았고, 파리강화회의에 한국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파리 장서 운동’을 주도했다. 파리에 보낼 독립탄원서에 서명한 유림 137명 중 15명이 성주 유림이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성주전통시장에서 시작해 성주군청까지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행진했다. 별동네공동체가 플래시몹으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이어 백철현 청년유도회장이 ‘통고국내문’을 낭독했다. 통고국내문은 1919년 파리장서운동 당시 성주 유림들이 전국 유림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성주군 초전면 백세각에서 쓴 문서다.
걸스카우트 성주지부 회원인 차모(49) 씨는 “성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성주에서 만세 운동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며 “일제가 탄압할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고일어났다는 게 뭉클하다. 한 번씩 이런 재연 행사를 하는 것도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5살 아이와 함께 참석한 오진환(40) 씨는 “최근에 일 때문에 성주로 이사 왔는데, 성주에서 이렇게 큰 만세운동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번 계기로 공부를 좀 해야겠다”며 “아이에게 태극기 한 번 보여주고 나왔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말했다.
성주군 선남면에서 온 권태희(78) 씨는 “오늘 동장이 만세운동하러 간다고 해서 같이 나왔다. 100년 전에 그때는 우리가 없어서 몰랐지. 일본군이 어떻게 했는지 몰랐지. 오늘 보니까 알겠다. 같이 만세하니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행진을 마친 뒤 오후 6시 30분께부터 성주군청 광장에서 문화제가 이어졌다. 주민들이 직접 손도장을 찍어 만든 대형 태극기를 게시하고, 학생들은 성주군 출신 독립유공자 85명의 이름을 쓰인 만장을 들고 입장했다.
행사에 참석한 명인정보고등학교 학생 우성은(19) 씨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을 그냥 지나쳐 갈 수도 있는데 이렇게 행사를 하면서 한 번 더 인식하게 되는거 같다”며 “3.1운동을 성주에서는 4월에 한 줄도 몰랐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주여자고등학교 학생 최예랑(17) 씨는 “이런 행사에 나올 수 있게 돼서 뿌듯하다. 너무 신나고 재밌다”며 “100주년이라서 더 뜻 깊은 시간인 거 같고, 저희도 나라를 위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행사는 만세 운동 재연 상황극, 독립청원서(파리 장서) 낭독, 서예 퍼포먼스 등으로 3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오늘 100년 전 그날을 기억하면서 유림 어르신들, 사회단체, 학생, 행사 추진위원회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역사적 수간을 재연하고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겼다”며 “우리 선조들은 국운이 걸린 역사의 고비마다 앞장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선조들의 희생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