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인한 인재라는 발표 직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2일 오후 2시, 포항시 북구 포항 육거리 인근에서 포항11.15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이대공, 허상호, 김재동, 공원식. 약칭 범대위)가 주최한 집회에는 약 1만 명(포항시 추산 3만 명)이 모였다.
이날 집회는 시민 호소문, 대정부 결의문 낭독, 국민청원 참여 퍼포먼스, 풍선 날리기, 행진 등 순서로 진행됐고,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장, 박명재(포항 남구-울릉), 김정재(포항 북구)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경북도당 위원장, 오중기 포항북구 지역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지진으로 흔들린 지역경제 살려내라”, “부동산 제재 인하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나 손팻말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흥해중학교 학생 남이정 씨는 “지진 후 부모님과 대피소에서 지냈다. 포항 주민은 경제적 곤란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이 불행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대통령님께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서 안전한 포항을 되돌려달라”고 말했다.
한동대 학생 김효경 씨는 “포항이 대한민국 먹여 살렸다. 흥해 무너지며 포항 시민의 가슴도 무너졌다. 포항 지진을 자연의 경고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지진 공포에서 해방됐는데 국가의 실수는 반복된다”며 “사전경고를 무시했고, 여러 차례 (바로잡을) 기회를 무시했다. 인재였다. 외신에서는 포항 레슨이라고 부르더라. 특별법으로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장의 삭발식도 진행됐다. 삭발식 직후 집회 무대 뒤편에서 한 중년 남성이 “대책위에 피해자 포함시켜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범대위는 지난 3월 23일, 지역 내 50여개 시민,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발족했다. 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김정재, 박명재 의원, 이강덕 시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민주당 허대만, 오중기 지역위원장 등이 고문단을 맡았다.
공원식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대책위는 소송에 관여하지 않는다. 직간접 피해자 구제, 경제살리기를 특별법에 들어가도록 힘 모을 것”이라며 “각자가 소송해야할 때가 되면 최고의 소송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다. 지금은 소송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노동인권센터 등 17개 단체는 지난달 28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재의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제공자를 밝혀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며 “그리고나서 배상과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포항시는 시 주도로 지역발전소 건립에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이들까지 포함해 범대위를 졸속으로 만들었다. 지역 정치인은 책임자 규명에 앞장서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지열발전소 운영 과정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포항시장과 정치권력자, 유지는 자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