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대구은행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변화된 판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파견직 여성노동자 B 씨를 회식 자리 이후 성폭력을 저질렀다며 강간, 준강간,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구은행 직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B 씨의 진술이 증거로서 유일한 점 ▲사건 당일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강력하게 항의하지 않았다는 점 ▲사건 이후에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무죄 선고 이유로 밝혔다.
이날 B 씨는 호소문을 통해 “그동안 미투 운동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 성폭력 증언이 쏟아졌고 일부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사회가 변화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저는 아직도 2차 피해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외부에 알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은 피해자에게도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임을 재판부가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대구은행 1심 판결은 안희정 사건과 매우 닮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질문해야 한다”며 “파견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바뀌는 시점에 있는 불안한 피해자에게 ‘앞으로 2년만 잘 하면 잘 풀린다’는 등의 말을 하며 추행을 지속했다. 이게 어떤 위력이 되는지 몰랐다고 가해자는 이야기한다.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표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 미투 이후에도 재판부는 변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정의로운 판결을 해달라. 피해자의 편에 서라고 이야기하지 않겠다. 객관적 사실을 들어 달라. 사법부의 변화된 바람이 대구에서도 증명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은행법이 따로 있는 이유는 은행의 공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전형적으로 그것을 파괴하는 행위다”며 “이미 대구은행의 수많은 문제에 재판부는 면죄부를 줬다. 법원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사건으로 판단하지 말고,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 본보기가 될 수 있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26회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2019년 3.8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구은행 성폭력 사건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구지방법원 1심 재판부를 ‘성평등 걸림돌상’에 선정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오는 27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첫 공판을 방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