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덕은 대게가 아닌 현수막 철이다. 경북 영덕군은 오는 11일과 12일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 핵발전소 건설 찬성과 반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영덕 구석구석 걸렸다.
현수막 가운데 ‘외부세력’인 대형건설업체 현수막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대우건설이 확인됐다.
아직 시공사 선정도 거치치 않았지만, 대형건설업체들이 김칫국부터 마시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영덕 경제 살리기, 원전 건설로 동참하겠습니다(현대건설)’, ‘영덕의 미래는 천지 원전, 안전하게 건설하겠습니다(두산중공업)’, ‘천지원전, 주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건설하겠습니다(한화건설)’등이 담긴 현수막을 영덕 구석구석 내걸었다.
외부세력의 대표주자 건설업체는 왜 현수막 공세에 나섰을까. 핵발전소 공사는 엄청난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시공사가 선정된 신고리 5·6호기의 공사금액이 1조2000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주업체를 선정하면서 처음으로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최고가치낙찰제’를 도입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이윤이 남는 사업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는 ㈜리서치DNA에 의뢰해 남녀 주민 151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핵발전소 건설 반대가 전체 응답자의 60.2%로 찬성(27.8%)보다 훨씬 많았다. 주민투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긍정 답변을 한 주민도 71.9%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설업체 현수막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혜령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주민들이 (핵발전소 건설) 사업 유치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상황에서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서 현수막을 붙이는 행태는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행정이 나서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야 하며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영덕군이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진기 영덕천지핵발전소건설반대범군민연대 공동대표는 “지방건설업체 현수막은 하나도 없다. 결국, 원자력발전소는 큰 대기업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도 2일 논평을 내고 “민을 배제한 밀실 결정에도 불구하고 제 잇속부터 차리려는 이권세력을 규탄하며, 11월 11일~12일 주민투표가 흐름을 확실히 뒤집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이권세력은 화살을 거꾸로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쯤에서 활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주민투표추진위원회는 오는 11~12일 양일간 주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노물리 일대에 핵발전소 4기를 건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