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2차 가해자를 승진시킨 이유로 ‘성평등 걸림돌상’ 수장자로 선정된 대구교육청이 수상을 거부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15일 오전 10시 30분 43개 단체가 모인 ‘제26회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대구교육청에서 ‘성평등 걸림돌상’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한 학교에서 일어난 직장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2차 가해자를 승진시켰다. 가해자는 현재 법적 다툼 중이라 직위해제 후 징계 절차가 중단됐고, 2차 가해자는 지난 4월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강은희 교육감 취임 후, 승진 대상에 오른 2차 가해자는 승진됐다.
황성운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성폭력 피해자는 지금도 무차별적인 소문에 2차 가해를 겪고 있다. 직위해제 된 가해자의 공백에 대체인력이 없어 다른 직원들이 일을 나누어 하는데, 피해자가 그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대구교육청은 성폭력을 저질러도 승진도 가능하고 문제가 없는건가.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만천 하에 성폭력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성운 지부장은 “강은희 교육감은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2차 가해자의 승진을 취소해야 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2차 가해를 중단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구교육청은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을 거부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가해자는 법적 절차 진행으로 징계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2차 가해자는 ‘경고’ 처분을 했다. 모두 강은희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 일이다”며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이 인사상 불이익이 될 수는 있지만 승진 제한 사유는 안된다. 법적 요건에 따라 승진한 부분이다”고 반박했다.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자가 ‘대구교육청’이 아닌 ‘강은희 대구교육감’이라고 명시된 것도 수상 거부 이유 중 하나였다. 같은 ‘성평등 걸림돌상’에 선정된 경북대학교, 대구은행 성폭력 사건 무죄 선고 재판부 등은 따로 기관장 명의를 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강은희 교육감 개인에게 주는 건 받을 수 없다. 대구교육청 기관에게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개인의 명예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 상은 교육계 내에서 더 이상 같은 일이 없도록 각성하라는 의미다. (강은희 교육감이) 개인이니 공인이니 하며 막는 건 더 부끄러운 일이다”며 “어떻게 강은희 교육감이 개인과 교육청으로 분리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결국 상을 전달하지 못하고 교육청 본관 출입구에 붙여 놓았다.
한편, 조직위가 선정한 올해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자은 모두 4명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을 포함해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징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정한 경북대학교, 대구은행 성폭력 사건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구지방법원 재판부, 성매매 여성 비하 발언을 지속한 홍준연 더불어민주당 중구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