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평화전당 건립을 두고 대구시와 민주노총대구본부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토론에 나섰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했다.
28일 오후 2시 대구시와 민주노총대구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교육센터에서 ‘노사평화의전당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 위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안중곤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이 발표하고, 김용원 대구대 교수,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이태광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대표, 이득재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대구시는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노사평화전당을 짓는다. 국비와 시비 각각 100억씩 총사업비 200억을 들여 2020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노동문화역사관, 노사상생 교육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복지시설 등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민주노총대구본부는 ‘노사평화’는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는 발상이라며 반대해 왔다. 더구나 대구시 사업 추진 방향에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 등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화근이 됐다.
임성열 수석부본부장은 “양대 노총에 대한 노골적인 포섭과 배제로 대구시는 한국노총대구본부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했지만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패싱하는 등 추진 방식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성노조나 고임금 때문에 기업 유치가 안 된다는 주장은 억지다. 대구시 주장대로라면 대구는 자본이 투자하기 좋은 도시다. 어느 지역보다 오래 일하면서 적은 임금을 받는다”며 “최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트를 구미가 아닌 용인에 유치하기로 한 이유 어디에도 강성노조나 저임금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광 대표도 “노사 무분규, 노사 대타협을 선언하면 경제도 살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서울이나 경기도가 노사 분규 숫자가 가장 많다. 그럼에도 일자리가 몰리는 건 다른 여건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가짜뉴스에 가깝고, 이 논리에 기반해 추진하는 사업은 이미 무너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구시는 노사평화전당 내부 콘텐츠 논의에 집중했다. 콘텐츠 논의에 민주노총도 참여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노사평화전당 자문단인 김용원 교수는 “안 그래도 어려운 노동자를 쥐어짜는 세력으로 폄하되는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매년 100건 정도 노동쟁의가 발생하고, 노사평화라는 단어 자체에도 거부감이 있다. 그 이름도 포기하고 공모하자는 제안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화합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산업화는 박정희 혼자 다 한 줄 안다. 노동자들이 어떤 헌신과 희생을 했는지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제가 대구시에 역사관을 제안했다”며 “산업노동역사관을 제안했는데도 (노동계에서) 반대한다면 제가 대구시장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현 연구위원도 “연구자로서 대구가 굉장히 열악한 노동조건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애초 논의 과정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며 “일자리 추진 사업이 관 주도로 많이 내려오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노사민정이 함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중곤 국장은 “노사평화전당은 근로자를 위한 복지시설로써 기능할 거다. 당초 사업보다 규모가 절반으로 줄다 보니 이것저것 많은 걸 담은 것처럼 보이는 게 맞다. 자문단 회의를 통해 콘텐츠 논의를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자문단에 참가해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근로자를 위한 지속가능한 시설로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