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교도소에서 ‘HIV 감염 수용인 인권침해에 대한 기자회견’ 이후 한 SNS에 모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한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감염 수용인 인권 보장을 두고, 국민을 죽이며 세금으로 난민을 살리는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얼마나 배타적인지. 얼마나 많은 혐오를 말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댓글 역시 증오에 가까운 말들이었습니다. ‘화형시켜야한다’, ‘개나 소나 인권이 있는 게 아니다’. 네, 맞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HIV 감염 수용인들은 그동안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OECD 회원 국가이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교도소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것은 인신을 구속하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형벌을 주는 행위입니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해서 그가 교도소 밖 사람과 달리 인간적 권리마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문명국이라면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고문이나 태형 같은 형벌로 ‘불가침적인 인간의 존엄’이 지켜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6년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에 의하면 HIV 감염인들은 감염 이후 겪는 어려움에 대한 물음에 ‘건강 악화에 대한 불안감’ 보다 ‘감염 사실이 알려질 걱정’에 더 많이 응답했습니다. 의료기관에서조차 입원, 수술 등 치료 과정에 차별이 심각해서, 감염인들은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내원해도 감염 사실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감염인들은 질병의 무게보다 사회의 편견에 더욱 위축됩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함으로써 그 고통을 끝내려 합니다. HIV 감염인 인권회복과 복지 향상 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러브포원이 2017년 내놓은 연구 자료를 보면 감염인 남성이 전체 성인 남성에 비해 자살시도율 3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질병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얼마나 큰 위험이 되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HIV 감염 수용인들의 눈물 어린 편지에 의하면, 교도관들이 마스크를 쓰고 약을 주는가 하면 ‘특이 환자’라는 표식으로 주홍글씨를 새겼습니다. 운동장에는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두고 네 편 내 편 나누듯 감염인은 그 선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봉사 도우미들에게 감염 사실을 공공연하게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의학적 진실과 동떨어진 행위는 이뿐이 아닙니다. 교도 행정시스템을 통해 질병정보를 업무와 관계없는 교도관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적으로 질병 정보가 유출돼 출소 후 자기가 살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비상식적인 일도 벌어집니다.
더욱이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 대한 조사 한번 없이 그런 일이 없었고,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한다는 황당한 브리핑을 한 법무부와 대구교도소의 말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최소한의 책임마저 저버리고 변명에만 급급한 분들에게 당부드립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재소자 인권 향상이었습니다. 더 이상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