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3년 6개월 전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GTS) 소속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회사 측을 고소한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설치 이후 권고 결정을 따라왔기 때문에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이 조만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수사심의위 회의가 열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기소 의견을 냈다. 지난해 1월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법성 여부 등을 검토해 담당 검사에게 기소·불기소 여부를 권고할 수 있다.
교수, 변호사, 퇴직공무원, 종교인 등 250여 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이 참석한다. 이날 열린 수사심의위는 양창수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았고, 검찰, 아사히글라스, 지티에스, 노조 관계자의 의견 진술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2015년 5월 29일 경북 구미 국가4산업단지에 입주한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에서 일하던 노동자 138명은 노조를 결성했다. 같은해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가 지티에스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을 이유로 한 해고 통보라며 반발하면서, 7월 21일 구미고용노동지청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혐의로 고소했다.
구미고용노동지청은 2017년 8월 31일 아사히글라스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무혐의, 불법파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9월 22일에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78명을 11월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도 내렸다. 하지만 회사는 행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21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즉각 항고 했지만, 지난해 5월 14일에서야 대구고등검찰청이 재기수사명령을 내렸고 현재까지 기소 여부가 나오지 않았다. 노조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22일, 대구지방검찰청 앞 인도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대구지검 앞에서만 두 번째 천막농성이다.
결성 당시 138명이었던 노조원은 3년 6개월이 흐르면서 23명만 남았다. 이날 수사심의위에 참석했던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불법을 불법이라고 인정받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라고 울먹거렸다.
차헌호 지회장은 “3년 8개월간 속 타게 기다린 시간을 누가 책임질 건지, 조합원이 23명밖에 안 남았는데···검찰은 책임져야 한다”며 “아사히 불법파견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제조업의 불법파견에 대해 시간 끌다가 불기소 처분하기를 이젠 멈추기 바란다. 검찰로 인해 피해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수사심의위는 총 4건을 심의했고,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