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북 포항 포스코 노동자 사망 사고 당시 선석 하역기가 여러 차례 가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는 하역기 가동은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사망 사고가 하역기 가동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산업재해가 확실할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제품출하직 노동자 A(53) 씨는 지난 2일 인턴사원 B 씨에 대한 현장 실습 교육(OJT, On the Job Training) 과정에서, B 씨를 운전실에 대기시키고 혼자 기계실로 가 하역기를 점검하던 중 사망했다. (관련기사=설 연휴 포스코 노동자 사망···유족, “진상 규명” 촉구(‘19.2.7))
사망 사고 이후, 포스코는 사인을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하지만 국과수 1차 부검 결과는 달랐다. 유족 요청으로 부검을 한 결과, 사인은 췌장·장간막 등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확인됐다.
또, A 씨가 설비 점검을 할 당시에 하역기가 2~3차례 가동됐던 것도 추가 확인됐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A 씨가 설비 점검을 하러 기계실로 간 사이 하역기가 약 1분씩 2~3차례 가동됐다. 산업재해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A 씨가) OJT 교육을 2시간 정도 하고, ‘잠시 기계실에 점검하러 갈 테니 연습하고 있으라’라고 하면서 (기계실로) 올라가셨다”며 “1분 정도 2~3번 작동했다. 여러 가지 설비를 조작해서, 기계 조작 때문에 돌아가신 것인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찢어진 A 씨 작업복
병원 후송까지 1시간 35분 걸려
유족, “국과수조차 믿기 어려운 심정”
유족 측은 A 씨 작업복 훼손 상태를 봐도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8일 유족이 공개한 A 씨 작업복 하의에는 기름때 자국과 찢어진 흔적이 있었다. 유족은 발견 직후 병원 후송까지 1시간을 넘긴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A 씨의 딸 C(28) 씨는 “발견 당시 과다출혈에 따른 조치를 바로 했다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장기파열로 바로 죽지는 않는다”며 “옷도 기름이 묻어 있었고 찢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심장마비라고 들었는데 부검 결과도, 다른 정황도 결코 자연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C 씨는 “회사 쪽에서는 안전 관련 문제가 있어서 쉬쉬하려는 것 같다”며 “부검을 안 했다면 그냥 심장마비로 넘어갔을 것이다. 이제는 국과수 최종 부검 결과조차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장례 절차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아버지는 포스코에 자부심을 느끼고 헌신했다. 집에서도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어서 엄마도 천사라고 했는데, 이제 정말 천사가 되신 것 같다”며 “아버지가 아프게 죽었는데 회사가 보이는 모습을 안다면 죽어서도 속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단순 산업재해 아닌 중대재해”
포스코, “사건 왜곡·은폐할 이유 없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해당 사고가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대정 포스코지회장은 “업무 중 사망해 산업재해는 분명하다. 부검 결과 등 현장 검증 결과로 설비에 의한 협착인 것이 밝혀지면, 사고는 중대재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에서도 사망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지체없이 피해 상황 등을 관할 고용노동부 관서에 보고해야 하며,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노동자 대피 등 안전상 조치를 해야 한다.
한편, 포스코 8일 밤 입장문을 내고 사인을 왜곡하고 은폐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당시 직원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신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회사는 현재 신속한 상황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관계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여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사실을 왜곡할 이유와 여지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확산시키고, 심지어 당사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저희는 관계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분명하고 투명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