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 윤리특위 구성…주민들, “사퇴로 군민에 용서 구하세요”

신임 부의장에 한국당 비례대표 신향순 군의원
일부 의원 울면서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엔 묵묵부답
주민 30여 명, 본회의장 찾아 항의

14:15

예천군의회가 해외연수 가이드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종철(54, 무소속) 군의원의 부의장 사임을 처리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들은 본회의장을 찾아 “윤리특위 대신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눈물을 보일 뿐 사퇴 요구엔 여전히 묵묵부답했다.

21일 오전 11시 예천군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신향순(62,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을 새 부의장으로 뽑았다. 또, 이형식(54, 자유한국당) 의장, 박종철(54, 무소속), 권도식(61,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의원 6명으로 윤리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박종철 의원 부의장 사임 건이 통과됐다. 부의장 보궐선거를 치러 9명 의원 중 신향순 의원 5표, 정창우(30, 무소속) 의원 1표, 무효 3표로 신향순 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됐다.

▲부의장 보궐투표 중인 예천군의회

본회의를 방청한 예천군농민회, 예천군활빈단, 한국농업경영인회예천군연합회 등 주민 30여 명은 부의장 재선임, 윤리특위 구성 대신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의원 한 명 한 명이 투표소로 갈 때마다 의원 이름을 부르며 “투표하지 마세요, 기권하세요”, “예천군민은 품위 없는 부의장을 원치 않습니다”, “사퇴로 예천군민에게 용서를 구하세요” 라며 항의했다.

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인 신향순 의원이 당선되자 주민들은 “자유한국당이 짜고 치는 거다”, “신향순은 방금 쓰레기 대표로 뽑혔습니다”, “바로 사퇴하세요”, “당선 인사 말고 전원 사퇴하세요”라고 말했다. 신향순 의원은 주민들 항의 소리에 울먹이며 겨우 당선 인사를 했다.

▲본회의장에서 항의하는 예천군 주민들

이어 정창우 의원이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제안을 했고, 질의와 토론 없이 윤리특위가 구성됐다. 한참 울먹이며 제안 설명을 이어간 정창우 의원은 “제안 설명에 앞서 주민들의 명예를 헤아릴 수 없이 실추시킨 당사자로서 다시 한번 깊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제안 설명에 앞서 사퇴하라”, “예천군의회에 윤리가 어디 있고 도덕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을 회복하려면 당신들부터 사퇴하세요”라고 항의를 이어갔다.

이날 본회의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주민들은 본회의장 문을 막아서며 항의했지만, 의원들은 아무런 반응 없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윤리특위는 오후 4시 회의를 열어 위원장과 간사를 뽑는다. 또 징계 대상, 징계 수위 등을 정한 뒤 징계 대상자에게 출석 통보를 할 예정이다.

윤리특위가 마무리되면 오는 2월 1일 본회의에서 징계가 최종 결정된다. 의원 제명은 전체 의원 2/3 이상 찬성해야 한다. 예천군의회는 모두 9명으로 6명이 찬성해야 한다. 경고,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등 징계는 전체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의사 진행하는 신향순 신임 부의장(위)과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정창우 의원(아래)

한편, 예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떠났다. 연수 나흘째인 23일 박종철 의원은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했다. 버스에 함께 있던 이형식 의장, 김은수 의원은 이를 보고도 말리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박종철 의원은 의장과 가이드가 초선 의원을 비난하는 대화를 나눠 폭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예천군의회는 이형식 의장(3선), 김은수 의원(재선)을 제외한 7명은 모두 초선 의원이다. 이형식 의장은 지난 11일 이번 사태를 마무리한 뒤 의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