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뽑았으니 나이 많은 내가 나왔지. 싹 다 다시 뽑아야 돼” – 80세 예천군 지보면 주민
예천군민들이 해외연수 가이드 폭행 물의를 빚은 군의원 9명 전원 사퇴를 요구하면서 선출을 잘못한 군민들 잘못이라며 군의회 앞에서 대국민 사과 108배를 진행했다.
11일 오전 10시 30분 예천군민 40여 명은 예천군 예천읍 천보당 앞 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군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예천군의회까지 2.2km를 행진했다. 예천군농민회는 이날부터 군의회 앞에서 108배를 하며 군의원들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병동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충효의 고장 예천군 의원 전원이 군민 혈세 6천2백만 원을 들고 미국, 캐나다로 나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예천의 망신, 예천의 자존심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군의원들에게 예천의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따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군민들의 퇴진 요구를 외면할 시에는 즉각 주민소환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초의원 주민소환을 추진하려면 오는 7월 1일이 되어야 한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선출직 지방공직자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없다.
이날 집회에는 80대 어르신도 참석해 군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예천군 지보면에서 왔다는 주민A(80) 씨는 “우리가 잘못 뽑았다.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나왔다”며 “군청까지 가서 끝을 봐야겠다. 싹 다 다시 뽑아야 된다”고 반발했다.
예천읍에서 온 또 다른 주민 B(60) 씨는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 어디 예천만 그렇겠나.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의회 수준도 높여야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행진 후 예천군의회 앞에 도착한 ‘추진위’는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요구서를 이형식 예천군의장에게 전달했다. 이형식 의장은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부의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이날 이형식 의장을 제외한 군의원들은 모두 의회에 없었다. 의원 사무실은 문이 잠긴채, 주민들이 붙여 놓은 ‘의원 전원 사퇴’ 문구만 붙어 있었다.
군의회 건물에는 ‘군의원들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예천군민들’이 대형 현수막으로 대국민 사과문이 붙었다. 이들은 “철면피 예천군의원들을 배출한 예천군민으로서 몸둘바를 모르는 부끄러움으로 대국민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예천군농민회는 이날부터 사죄의 108배를 진행했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장은 “이틀째 의장실에서 의장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군민들이 원하는 속시원한 대답은 의원 전원 사퇴다”며 “한 개인, 한 단체의 요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예천군농민회는 지난 9일부터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에게 전원 사퇴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며 의장실에서 농성 중이다. 추진위와 농민회는 앞으로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꾸준히 할 예정이다. 매일 오후 4시에는 군의회 앞에서 108배도 이어간다. 이날 오후 3시 박종철 군의원은 예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한편, 지난 9일 이형식 의장은 윤리특별위원회를 개최해 박종철 군의원을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예천군의회 오는 15일 의원 정기간담회를 열고, 이후 임시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예천군의회는 군의원 9명, 의회 담당 공무원 5명 등 14명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박 10일 일정으로 6,188만 원(1인당 442만 원)을 들여 미국과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나흘째인 23일 오후 6시께(현지 시각) 박 부의장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식사를 하고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했고,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많은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