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 시민들이 국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회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천군농민회는 의장실 농성에 돌입했고, 11일에는 지역 주민 단체가, 12일에는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9일 이형식(54, 자유한국당) 예천군의장이 박종철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과 시민단체, 정당들은 예천군의원 9명 전원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예천군의회는 자유한국당 6명, 무소속 3명이다. 박종철(54, 무소속) 의원은 한국당 소속이었으나 사건이 불거진 지난 4일 탈당했다. (관련 기사=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 제명 추진…시민단체, 전원 사퇴 요구 농성·집회 예고)
예천군 예천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A(70) 씨는 “전부 다 사퇴해야 한다. 사고 낸 사람들이 다 똑같다. 예천군민들 100% 생각이 그렇다고 쓰면 된다”며 “일 잘하라고 뽑아놨더니 술 X먹고 주정하라고 뽑았나”고 반발했다.
또 다른 주민 B(72) 씨도 “형편없다. 우리도 거기(박종철 의원) 찍어줬다. 잘한다고 찍어줬는데, 이번에 다들 말이 많더라”며 “군에서 일부러 돈 많이 들여서 보냈는데 조심하지 않고 왜 그러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 전까지 15년 동안 101건에 불과했던 예천군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틀(1월 8~9일) 동안 2천733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여성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예천군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안선미 민주당 경북도당 여성위원장은 “선진국 견학을 갔으면 예천군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걸 보고 느끼고 와야 한다. 어떻게 접대부를 불러 달라는 억지를 쓰나”며 “또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타인에게 폭행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렇게 했으면 정직하게 시인을 하고 사과를 빌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짓으로 예천군민뿐 아니라 전체 국민을 우롱했다”고 꼬집었다.
예천군농민회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예천군의회를 항의 방문한 뒤, 의장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 손으로 뽑았던 군의원들을 그만두게 하는 게 우리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고, 이미 두 동강 난 예천의 자존심에 상처를 덜 수 있는 길이다”고 밝혔다.
예천군농민회는 이형식 의장과 면담에서 의장이 먼저 나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형식 의장은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의원직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장은 “앞서 면담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 요구에 고려해보겠다는 답변을 했다. 면담 내용과 기자회견 내용이 다르다”며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에 대한 답변을 들을 때까지 의장실에서 농성하겠다”고 말했다.
예천 주민들로 구성된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 추진위원회’도 오는 11일 오전 10시 30분 예천군 예천읍 천보당사거리에서 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첫 집회 후, 예천 5일장 등에 맞춰 꾸준히 집회를 열 계획이다.
추진위원인 전병동 정의실천예천군민연대 회장은 “도저히 이래서 안 된다고 생각해 주민들이 모여 군의원 전원 사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자질이 부족해도 그런 행동을 해외 나가서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오는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영주문경예천 지역위원회가 집회를 열 계획이다. 황재선 위원장은 “예천군의회가 아직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군의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명을 요구하고 군의회에 자격 상실을 의결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