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포항 포스코 본사 정문 앞에서 포스코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포스코 부당징계 철회 촉구 촛불집회”가 어제(12월 13일) 열렸습니다. 이틀 전인 12월 11일 포스코가 한대정 지회장을 포함하여 포스코지회 간부 5명에 대해 해고(1), 권고해직(2), 정직(2) 등 중징계 통보를 한데 따른 항의 집회였습니다. 예상을 깨고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고무적이었습니다.
지난 9월 23일 포스코 노무협력실 직원들이 추석연휴 동안 비공식적인 공간(인재창조원 정도관)에 모여 노조 와해 전략 수립 및 문건을 준비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한 대정 지회장을 포함한 포스코지회 노조간부들이 인재창조원을 방문해 민주노총(금속노조)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고 한국노총 소속의 기업노조(비대위)를 지원하는 등 민주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내용의 문건과 수첩을 확인해 이를 증거로 확보하고 언론에 공개하였습니다.
그러자 포스코는 인재창조원 방문 포스코지회 노조간부 5명(이하 ‘독수리 5형제’)을 건조물침입, 문서탈취(절도), 직원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였습니다. 10월 중 인사위원회는 개최되었으나 결정 통보를 유보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10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가 교섭대표지위를 갖는다는 결정을 하자마자 그 다음날인 11일 갑작스럽게 인재창조원 방문 독수리 5형제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것입니다(한대정 지회장 해고, 이철신 사무장과 김의현 기획부장 권고해직, 신동훈 정책부장 정직 3개월, 황영길 지도위원 2개월).
지난 9월 23일 인재창조원 강의실 화이트보드에 “기업노조(비대위) 가입 우수 부서 발굴 홍보”라고 적혀있던 내용대로, 회사는 인사권과 지휘계통을 이용해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비방하고 탈퇴를 강요하며 한국노총 기업노조로의 가입을 강제하였고 그 결과 한국노총 기업노조를 9명에서 6천여 명의 조직으로 뻥튀기한 후 숫자 싸움으로 단체교섭권을 빼앗았습니다.
포스코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교섭권을 봉쇄한 후 인재창조원 방문 독수리 5형제에 대해 해고 등 징계 통보를 감행한 것입니다. 문서탈취, 건조물침입, 직원폭행이라는 혐의를 붙였습니다. 이들이 문서탈취를 사전공모한 것으로 몰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서탈취 혐의에서 문서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독수리 5형제들이 “탈취한” 문서는 금속노조(민주노총)를 비방하고 음해하며 반감을 조성하는 등 민주노총 가입과 운영을 방해하려는 부당노동행위 문서였습니다.
강도가 강도 범죄를 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칼을 시민이 빼앗아 이를 확보했다면 이것이 절도가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범죄예방과 증거 수집을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 되는 것일까요? 여러분의 상식으로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강도의 칼을 빼앗은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처음부터 물건 탈취나 절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의인상을 주어야 마땅할 행위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자신들의 부당노동행위 공작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포스코 노동자들을 겁주기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징계하는 적반하장의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12월 11일 독수리 5형제에 대한 중징계 통보의 전말입니다.
50년 포스코 무노조의 신화는 포스코 내부를 오히려 부패하게 만들었습니다. 제철소 현장은 70년대의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인 없는 기업 포스코는 권력과 정치의 먹잇감이 되고 포스코 노동자들의 노동은 무시되어 왔습니다.
외형만 국민기업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정작 직원들을 종 부리듯 하며 작은 자긍심마저 박탈해왔던 포스코를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 민주노조 건설에 앞장섰던 동료들이 바로 독수리 5형제입니다.
포스코의 개혁과 현장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이들이 민주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는 경영진에 의해 거리로 쫓겨났습니다. 쫓겨난 당신의 동료와 이들이 앞장섰던 민주노조를 지키려면 이제 누가 나서야 할까요?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으신가요? 후원금을 내면 내 책임을 다하는 것인가요? 징계를 당한 당신의 동료들은 바로 당신이 당당한 이 땅의 노동자로서 자신의 삶과 포스코의 주인으로 거듭날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집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급조한 부서 회식 때문에 ‘촛불집회’에 못나온다고요? 퇴근 시간 이후에 회의 명목으로 붙잡고 있어서 ‘조합원 한마당’에 참여하지 못한다고요?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는 포스코의 노동자입니다. 포스코의 노동권은 회장이나 대표이사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포스코 직원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포스코 노동자 여러분이 포스코 노동권의 주인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노동권을 포스코 노동자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포스코 식민지에서 살고 있는 ‘근로자’일 뿐입니다. 곧 광양에서 개최될 조합원 한마당에, 그리고 또 포항에서 개최될 부당징계 규탄 촛불집회에 ‘나부터’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용기가 식민지 포스코를 독립된 포스코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SNS에서 독립투사인 것처럼 침 튀기는 행위만으로 만족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노동자로서 숨지 말고 당당히 열린 공간으로 나서야 합니다. 포스코 노동자의 동료이자 동지인 독수리 5형제와 민주노조를 지켜야 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닙니다. 바로 포스코 노동자 여러분입니다. 참여합시다. 함께 합시다. 포스코 노동자 여러분의 주인된 삶을 희망합니다.
2018. 12. 14. 포스코지회 법률지원단장 권영국 올림
*권영국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필자 동의를 얻어 뉴스민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