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6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붉은 목도리를 맨 시민 50여 명이 모였다.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앞두고 에이즈 추모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대구경북HIV/AIDS감염인자조모임 해밀· 레드리본인권연대 공동 주관으로 열린 ’31회 세계에이즈의날 기념 AIDS Memorial Day with 프레디머큐리’ 행사는 록밴드 퀸의 실황 공연 영상 상영, 감염인 당사자 발언, 에이즈 바로 알기 퀴즈, 문화 공연 등으로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동성로에는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등 록밴드 ‘퀸'(Queen)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HIV/AIDS 감염인이자 성소수자로서의 삶이 새롭게 알려진 바 있다. 이 때문인지 행사장 측면에 마련된 스티커 설문에도 시민들이 관심을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김미경(17) 씨는 “프레디의 겉모습은 화려했는데 영화를 보고 내면까지 알게 됐다. 혼자서 외로워하는 모습이 씁쓸했다”라며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고 감염인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시민도 있었다. 한 60대 남성은 “영화로 보니, 에이즈와 성소수자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식사나 포옹, 키스로 감염되지 않는 것이 확실한지 의문이다. 아직 에이즈 감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서 좀 더 정확하고 공식적인 정보가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한 감염인은 “이런 자리에 얼굴을 안 가리고 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감염되고 나서 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친구도, 웃음도, 사랑도 사라지고 혼자가 됐다. 되찾고 싶다”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입원을 거부당했다. 아직 감염인에 대한 혐오가 크다”고 말했다.
김지영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은 “경제 발전, 인권 발전되는데 에이즈 감염인은 아직 사각지대에 있다”며 “1991년에 사망한 프레디가 1990년대에 태어났으면 의학의 발달로 내한 공연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00만 관람을 앞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하는 것은 프레디의 성소수자로서, 감염인으로서의 고뇌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감염인은 요양병원에서의 치료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데도 여전히 편견으로 입원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란 면역 세포를 파괴하는 HIV 감염으로 면역 세포가 파괴돼 몸의 면역 기능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따르면, HIV는 성관계, 수혈이나 혈액 제제를 통한 전파, 의료사고 등으로 감염된다.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지만, HIV 감염인의 혈액, 정액, 질 분비물에 노출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현재 HIV 억제제가 개발돼 감염인도 적극적인 관리만 있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스스로 치료에 소극적이거나 감염 사실을 숨기다가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