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 지역 이주 여성 ‘미투’는 없었지만, 상반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 건수가 1천 건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여성에게 체류권 보장과 전문적인 통역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9일 오후 3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대구시 중구 YMCA청소년회관에서 ‘이주 여성 성폭력 피해 현황과 지원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상담 건수는 모두 1,296건이다. 상담 내용은 가정폭력, 성폭력(강간, 성추행, 스토킹 등), 성매매 등이다. 이는 올해 10월 기준, 대구여성의전화 상담 건수(1,214건) 보다 많은 수치다.
결혼이주여성 성폭력 가해자는 한국인 남편은 물론 남편의 형제나 시아버지처럼 가족부터 지인, 결혼중개업자, 직장 동료나 관리자 등 다양했다. 하지만 올해 미투 운동 속에도 대구 이주 여성들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밖으로 알리지 못했다.
최현진 대구이주여성상담소 소장은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이주민은 성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체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자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해자 처벌이나 성폭력 피해 구제를 요청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명숙 대구이주여성쉼터 소장은 “고용허가제가 성폭력 신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족쇄다. 이주 여성은 사업주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바꿀 수 없다. 결국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버린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각종 소송을 수행 중인 자, 성매매 피해 외국인 여성 등 인도적 고려가 필요한 자 등에게 체류를 인정해주거나 연장해주는 ‘G-1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 수사나 재판 중에는 ‘G-1 비자’로 체류를 연장할 수 있지만, 이 기간에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고명숙 소장은 “한 피해 여성은 한 달이라도 돈을 벌지 않으면 본국 가족들의 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시설에서 심리 치료받는 시간도 부담스러워했다”며 “다른 여성들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상담소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은 무료하게 보내게 된다. 노동을 하면서 사건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것도 성폭력 피해 이주 여성들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주 여성 성폭력 피해 수사 과정에서 통역 문제도 제기됐다. 팜티응아 대구이주여성상담소 팀장은 “경찰 시스템 안에서 통역을 지원받고, 저는 신뢰 관계자로 동석한 적이 있다. 통역관이 ‘성매매’라는 단어를 ‘몸을 판다’, ‘섹스 판매’라는 말로 여러 번 통역했다”며 “피해자는 참지 못하고 조사를 중단했다. 다른 단어가 있는데도 마치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한 것처럼 비하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지적했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통역 지원이 있지만, 성폭력에 대한 맥락 이해 없이 진행되는 통역은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전달하기도 한다”며 “여성 폭력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바탕이 된 통역이야말로 성폭력 피해 이주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세계여성폭력주간을 맞아 열렸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미투대구시민행동 오는 30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YMCA청소년회관에서 ‘미투 운동, 대구를 직시하다’는 주제로 종합 토론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