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단독(판사 김태환)이 ‘불법파견’ 기소를 촉구하며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검찰청사 현관 앞까지 항의방문을 진행한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 9명에 대한 집회시위법 위반,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에 대해서는 천막을 설치하고 신고한 집회장소를 벗어나 주최자 준수사항을 위반한 점을 이유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노조원 10명은 지난해 8월 29일부터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기소를 촉구하며 대구지방검찰청 앞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고, 올해 1월 31일까지 농성을 벌였다. 검찰은 법원 청사 100m 이내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한 점, 청사 앞에서 대구지방검찰청장 면담을 시도한 점에 대해 집회시위법 위반,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노조원 10명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2018년 7월 26일 각급 법원 100m 이내 집회 금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인용하면서 집회시위법 위반 무죄 취지를 설명했다. 또,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대구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에 따른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대구지방검찰청의 검사장 면담요구를 위해 청사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진행을 촉구하기 위하여 민원인이 검찰청의 청사를 출입하는 것은 그것이 범죄의 목적이라거나, 그 과정에서 업무에 방해될 정도의 과도한 소란을 발생케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검찰청 현관 청사에 모여있었을 뿐, 드나드는 사람의 출입을 막지 않았고, 어떠한 폭력적인 행위를 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피고인들의 진입 및 점거 행위로 인하여 검찰청의 업무에 방해를 초래하였거나, 보안에 위험을 가져왔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불법파견 기소를 두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검찰에 대한 항의가 불법이 아니라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검찰이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무리하게 기소를 남발하면서도 불법파견 혐의는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빨리 기소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2015년 7월 21일 아사히글라스와 관계자들을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소했고, 노동부는 2년이 지난 2017년 9월 22일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직접고용 시정 지시를 내리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노조가 항고한 끝에 올해 5월 14일 재수사가 시작됐다. 재수사가 결정 7개월째 접어들었지만, 검찰은 아직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