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수당까지 포함해서 이 월급이면 말이 안 되지 않아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대구 한 사립유치원이 초임 교사에게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을 주는 등 처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
재단 어렵다며 무작정 월급 삭감
교사들, 월급 몰라 호봉표 비교하며 짐작만
“교육청 인건비 지원도 안 나왔다”
대구 사립 ㄱ유치원 1년 차 교사인 A(22) 씨와 B(21) 씨는 올해 3월 첫 월급으로 150만 원을 받았다. 국민연금 등 공제금을 빼고 매달 130만 원 남짓이 통장에 찍혔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기준 월 최저임금은 1,573,770원이다.
이들은 올해 2월 20일부터 1년 기간제 교사(임시 교사, 부담임)로 일을 시작했다. 첫 월급도 받기 전에 원장으로부터 재단 사정으로 월급을 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임시 교사’ 6명은 월급 73,100원이 삭감됐다.
ㄱ유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대구사립유치원연합회) 소속이다. 지난 2016년 운영위원회 운영 부적정 등으로 교육청 감사에 적발되긴 했지만, 보조금 비리는 없었다.
A 씨는 “저희는 호봉표대로 월급을 받는 줄 알았다. 입사할 때 월급에 대해 아무 말도 없으셨고, 이미 입사카드나 서약서도 작성한 상태였다”며 “월급 받기 얼마 전에 저희를 다 불러서 월급을 깎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A와 B 씨는 월급이 얼마인지도 몰랐다. 유치원 호봉표를 참고해서 월급을 짐작해야 했다. 입사할 때도 인사기록카드, 임용동의서, 교원자격증 사본 등 각종 서류를 제출했지만 임금과 근무시간이 적힌 근로계약서는 없었다.
이들은 ‘7호봉으로 시작하는 호봉표’와 ‘1호봉으로 시작하는 호봉표’를 참고했다. ‘7호봉으로 시작하는 호봉표’는 7호봉 월 1,573,770원으로, 딱 최저임금이다. 이는 한유총이 자체적으로 만든 호봉표다. ‘1호봉으로 시작하는 호봉표’는 1호봉 월 1,573,100원으로,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른 유치원 교원 호봉표다. 73,100원이 삭감돼 150만 원을 받고 있으니 이들의 원래 임금은 국공립 유치원 교사 1호봉인 셈이다.
A와 B 씨는 3년제 유아교육과를 졸업해 7호봉을 적용받아야 한다. 공립 유치원 교사 7호봉은 월 1,862,100원으로, 현재 받는 임금과 36만 원가량 차이 난다. 한유총 호봉표 7호봉을 적용하더라도 7만 원가량 적다.
특히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사립유치원 교원 인건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교원 자긍심 고취를 위해 교원 1명당 담임 수당을 포함해 최대 월 59만 원까지 인건비를 지원한다. 국공립 교원 호봉 수준에 미달하는 임금을 보전해주는 취지다. 지원금은 교원 개인 계좌로 지급한다.
B 씨는 “주변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수당도 받는다던데, 저희는 받은 적이 없다”며 “그 돈은 통장으로 바로 들어온다고 하더라. 사실 궁금한데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청 지원금을 제대로 받았다고 가정하면, 지난 8개월 동안 미지급 임금은 약 300만 원에 이른다.
대구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단체가 만든 호봉표는 정식 호봉표가 아니다. 사립유치원도 국공립 유치원 임금 수준에 맞게 임금을 주라고 권고하고 있다”면서도 “관리·감독은 지원금이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하원 시간이 퇴근 시간
매달 토요일 당직, 기독교 예배도
시급도 없고 수당도 없는 ‘무료 노동’
“블랙리스트 두려워 신고 못 했다”
ㄱ유치원 교사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30분, 퇴근 시간은 오후 6시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평일 매일 30분씩 연장 근무를 하는 셈이다.
퇴근 시간도 대중없다. 아이들이 모두 하원해야 교사도 퇴근할 수 있다. 유치원 청소도 교사들 몫이다. 행사라도 있는 주간이면 퇴근 시간은 더 늦어진다.
A 씨는 “매일 마치는 시간이 다르다. 차량 나가는 시간도 다르고, 엄마들이 데리러 오는 시간도 달라서 어쩔 수 없다”며 “보통 근로계약서를 쓰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아이들 시간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토요일 당직도 있다. 매달 정해진 당직일에 나와 4시간 동안 행사 준비나 서류 작업 등을 한다. 기독교 예배를 나가기도 한다.
B 씨는 “주말에 하는 게 진짜 무료 봉사다. 행사 있으면 만들기나, 아이들 출석카드 도장 찍고, 반 꾸밀 거 있으면 꾸미고, 서류 작업도 한다”며 “주말에 나와서 담임 선생님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거다”고 말했다.
연장수당이나 주말 당직 수당을 받은 적도 없다. 월급은 150만 원 그대로였다. 30분 연장 근무와 토요일 당직일만해도 90시간은 무료 노동이 됐다. 연장수당을 더하면 지난 8개월 동안 약 160만 원을 못 받았다.
B 씨는 “당직 수당 추가해서 이 금액이면 말이 안 되지 않나. 다른 선생님들도 안 받는 건가. 너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A 씨와 B 씨는 급여명세서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교육부 홈페이지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까지 접속했지만 신고하기가 머뭇거려졌다. 사립유치원연합회에 소문이라도 나면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저희는 내년에 계약이 끝나니까 지금부터 (다른 유치원에) 이력서 내러 다녀야 한다. 다른 유치원에 또 취업해야 하는데,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하는 게 거짓말이 아닌 거 같아서 두렵다”며 “홈페이지 신고하는데도 신분을 써야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퇴직금 ▲야근 수당, 주말 수당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