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평의원회 설치를 앞두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 이후, 학칙 재·개정에 심의·자문 기구인 대학 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데, 경북대학교에는 이미 의결기구인 교수회 평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모든 대학이 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대학평의원회는 총장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권과 회의록 작성‧공개 권한이 있고, 평의원회 구성에서 특정 집단의 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대학 내 의사결정의 민주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북대 상황은 좀 다르다.
경북대는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교수회평의회가 학칙 재·개정에 관한 ‘의결’권을 갖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에서는 평의원회가 학칙 재·개정에 관한 ‘심의’ 권한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교수회가 갖던 의결권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교수회와 대학본부 모두 교수회가 행사하던 의결권이 대학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이들은 ‘학칙 개정 시 교수회를 거친다’라는 문구를 빼지 않는 방법으로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방안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현행 경북대학교 학칙에는 ▲학칙 및 규정의 제정과 개정 ▲예산과 결산 ▲대학원장 및 본부 처장의 임명 등에 대해 교수회를 ‘거쳐야 한다’라고 돼 있다.
교수회는 평의원회가 학칙 개정과 관련해 심의하고, 기존대로 교수회 평의회가 개정을 의결하는 것이 총장 견제를 통한 대학 민주화의 취지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평의원회가 학칙 개정을 심의한다는 내용을 학칙 개정안에 명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학교본부는 학칙 제·개정을 교수회를 거친다는 문구를 그대로 두되, 학칙 제·개정을 ‘평의원회가 최종 심의한다’라고 개정안을 냈다.
그러자 교수회는 학칙 개정안의 내용이 결국 교수회 의결권을 소멸하는 것이며, 총장이 학사 운영 등에 견제를 받지 않게 된다고 반박했다. 평의원회 도입의 취지가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사 반영을 위한 것인데 오히려 총장의 권한만 강화하게 된다면 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형철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총장독임제는 총장이 모든 권력을 독점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교수회가 제안한 개정안은 고등교육법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총장 견제를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립대학법 재정을 통해 평의원회가 심의·의결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의결권을 그동안 인정한 것과 그 사항을 학칙에 반영하는 것은 다르다. 법적으로도 총장에게만 의결권이 있다”라며 “고등교육법의 주목적이 결국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형태의 기구를 만들라는 것이라서 기존 관례에도 약간은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교수회와는 학칙 개정도 교수회를 거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고등교육법 취지에 맞춰 학칙 문구를 작성하면서 최종 심의한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넣어야 했다”라며 “합의 내용에 위배되지 않을 정도로 개정안을 냈는데 개정안을 두고 견해차가 발생했다. 개정안에 교수회를 거친다는 내용도 남아 있기 때문에 교수회의 의결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교수회와 김상동 총장은 6일 간담회를 열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북대는 평의원회를 새로 도입하는 타 대학 사례가 나온다면 이를 참조할 계획이다.
한편, 경북대학교 학칙 중 학칙 제·개정과 관련한 조항은 과거부터 논란거리였다. ‘거친다’라는 표현이 심의, 자문 정도 수준인지, 의결인지에 대한 해석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 해당 조항 제정 이후 교육부는 경북대 교수회가 학칙 개정에 ‘의결기구화’된 상황을 문제 삼았지만, 교수회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후 교수회는 경북대학교 학칙 제·개정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