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제작·배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6개월째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둥글이 박성수(42, 군산)씨에 대해 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4월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박 씨 등이 진행한 ‘전단지 공안몰이 비판’ 기자회견이 집회시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 기자회견으로 박 씨는 연행돼 대구구치소에 갇혔다. 검찰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을 제한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판결 전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7일 구속 만료기간 다가오자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 추가해 구속영장 다시 청구
증거채택 여부 놓고 판사가 앞장서 공판기일 연장
구속 만료 기간을 앞두고 추가된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됐다. 변호인 측은 “법적 문제는 없지만, 이례적인 경우”라고 했다. 문제는 박성수 씨가 추가된 사건과 관련해 행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 씨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검찰은 이를 미신고집회로 보고 있다. 행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닌, 법리적 다툼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다시 진행됐다.
4월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연행된 박성수 씨는 30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5월 6일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5월 26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부(김태규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이어진 7월 16일 재판에서는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일산경찰서의 전단지 배포자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이유다.
4번의 재판 동안 검찰 증거자료의 적법성 논란이 계속됐다. 경찰과 검찰은 우체국과 다음카카오 등에 구속영장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이메일과 팩스로 범죄행위 입증 증거 자료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관행처럼 팩스 영장을 집행해왔지만, 최근 영장주의 본질을 위반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유환우 판사는 7일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기록은 위법 수집한 증거로 보이므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와 관련해 10월 20일 16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신별관 302호에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그동안 편의에 따라 간소한 절차로 진행한 것 같다.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피고인 측 주장은 경청할만하지만, 증거를 배척할 만큼은 아니”라며 “다음카카오와 우체국 증인을 통한 추가 증거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로는 증거 채택이 어려우니, 판사가 나서서 검찰에 추가 증인을 채택하라고 안내한 모양새다.
재판부는 “공판 일정을 여유 있게 잡을테니 증인을 꼭 채택해 증거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이어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에 대한 집회시위법 위반 심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간 만료 일주일을 앞둔 가운데 재판부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10월 27일 전까지 박 씨에 대한 또 한 번의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할 예정이다. 참고로 재판부는 청도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창진 씨를 1심에서 법정 구속한 김태규 부장판사다.
#군산, 제주, 광주에서도 유인물 배포했지만…
유독 대구수성경찰서만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박성수 “이름, 연락처 드러내고 배포했는데, 도주 우려라니…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받고 싶다”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음에도 6개월을 꼬박 구치소에서 보낸 박성수 씨는 재판정에서 담담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사건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박 씨는 “설마 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저는 드러내놓고 유인물을 제작 배포해왔다. 군산에서도 작년 12월 배포해서 경찰의 내사를 받다가 종결됐다. 제주, 광주에서도 유인물을 배포·제작을 이유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그런데도 유독 대구에서만 문제를 만들었다. 정윤회 염문에 대한 표현도 이 지역에서만 심각한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해부터 공개적으로 전국 곳곳에 제작한 전단지를 배송하거나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군산, 제주, 광주 등지에서도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 없이 내사종결됐다.
박 씨는 “처음 수성경찰서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소환장을 보냈다가, 두 번째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환장을 보냈다. 이해할 수 없는 막가파식 수사에 개사료를 보낸 것이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소환에 응하지 않았고, 명예훼손 혐의로 소환장을 보냈을 때 경찰서에 출석했다”며 “그런데 경찰은 핸드폰을 빼앗은 다음 민주노총과 무슨 관계냐는 질문을 하는 등 나를 간첩, 반국가 사건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조사를 받다가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정당한 수사에 엿 먹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어진 권리를 누릴 충분한 이유가 있다. (6개월을 보내면서) 차고 넘치는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다. 나가서 최소 수준의 방어권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끝마쳤다.
박 씨는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제작·배포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단지에는 2002년 박 대통령이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 국방위원장과 함께한 사진과 정모 씨와의 염문설을 덮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한다는 등의 정부 비판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