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퀴어축제 행진 허용···”집회시위의 자유 중요”

조직위, ”민주적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 존중한 법원 결정 환영”

18:45

대구퀴어문화축제의 행진을 금지한 경찰 처분을 법원이 “효력 정지”했다.

▲제7회 퀴어문화축제

25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연우)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대구지방경찰청·대구중부경찰서의 행진 금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7월 5일 예정된 제7회 퀴어문화축제 본 행사와 퍼레이드는 차질없이 개최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가 7월 3일부터 5일까지 신청한 집회 중 행진에 대해 “주요도시 주요도로에 해당돼···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것이 명백하다”며 금지를 통보한 바 있다. 이후 조직위는 금지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김연우 판사는 “피신청인(경찰)은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며 “이 사건 행진으로 인하여 개최장소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 금지할 수 있는데, 질서유지인 100명 두고 1개 차로에만 도보행진을 하겠다는 점, 행진을 1시간 진행하는 점을 볼 때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 형태로서 집단적 의사표현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 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당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직위 측은 환영을 표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오늘의 결정이 한국사회의 민주적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존중, 관용의 정신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숨소리조차 죽이며 판결을 기다렸던 곳곳의 성소수자여러분들과 연대해주신 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두류공원과 월드컵 경기장 일대를 행진하라고 제안했는데, 이는 체육관에 숨어서 하라는 기독교단체의 주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장서연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당연한 결정이다. 주요도시 주요도로라도 심각한 교통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할 수 있다. 피신청인은 심문 기일에서도 메르스 우려 등 다른 사유를 들었지만,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기독교 단체의 반대 집회로 충돌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엄밀히 방해 집회다. 방해 때문에 행진을 금지하는 처분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었는데 법원이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7회 개최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역의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로 2009년 개최를 시작으로 매년 성사돼 왔다. 하지만 2014년 6회째 축제부터 기독교단체의 조직적 반대가 시작됐다. 6회 축제 당시 기독교 측 수백명이 반대 집회를 열고 행진을 막아서 축제 참가자들과 충돌했다.

이후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2월 대구시, 대구시설관리공단, 대구중부경찰서에 퀴어 축제를 불허할 것을 요청하고, 6월 들어서는 권영진 대구시장, 윤순영 중구청장과 면담하고 대구퀴어문화축제 금지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후 윤순영 청장은 조직위가 요청했던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대여를 거부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대기총 관계자들은 또한 이번달 4일 축제 방해를 위해 대구중부경찰서에 ‘혐오집회’를 신고했고, 대구지방경찰청은 같은달 5일 조직위측과 대기총 측에 집회는 허가하되 행진은 금지하는 처분을 내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