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재단이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 부실과 전임 소장의 입주 작가 선정 개입 문제가 드러났다. 대구문화재단 인사위원회는 2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감사 결과 문제점이 지적된 직원 4명 중징계, 2명 경고, 4명 주의 처분을 내렸다.
<뉴스민>이 입수한 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예술발전소는 2018년 5월부터 열린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전 사업 중 다수의 부적정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시장 조성·인쇄·영상·번역 등 업무 일부를 용역 계약을 하면서 자격이 미비한 업체를 선정 하거나, 견적을 비교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예술발전소는 5월 A 업체와 전시장 내 임시가벽 등을 설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A 업체는 당초 가벽 설치 자격이 없었지만, 예술발전소가 업체와 논의해 업종종목 추가 정정을 진행했다. B 업체에는 도록 제작 등을 맡겼는데, 계약 과정에서 2개 업체 이상의 견적서를 비교해야 하는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지키지 않고 수의계약했다. A, B 업체의 대표는 서로 부부 사이이며, 두 업체 모두 대구예술발전소 운영위원인 C 씨가 추천했다.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전 영상업체, 번역업체 계약 부적정 사례도 나왔다. 문화재단 감사반은 예술발전소가 용역 체결 시 전문성 등을 따지지 않고 운영위원 C 씨 추천을 받은 업체라는 이유로 선정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C 씨가 참여한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전 프로그램 진행비(발제비)를 D 업체 계약금에 포함한 후 별도로 현금 지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D 업체는 예술발전소 팀장 E 씨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다.
이외에도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전 사업을 하면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 거마비 부적정 지급 ▲배척대상인 사업관계자(C 씨)를 발전소 운영위원으로 위촉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보고서에는 “C 씨가 전 소장에게 서울업체(3개)와 개인(4명)에게 계약 체결을 요구했고 이후에도 서울 업체 2개를 추가해 9천6백만 원의 계약이 체결됐다”라며 “C 씨는 이 행사의 주제선정, 작품구성, 설치, 인쇄물 디자인, 홍보, 초청 인사 선정 등 대부분에 관여했다”라고 문제 제기됐다.
대구예술발전소 입주작가 선정 심사 개입 논란
감사보고서에는 남인숙 전 대구예술발전소 소장이 개입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 전 소장은 지난 2일 임기를 마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장기입주작가 10명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남 전 소장은 심사위원들에게 작가 F 씨에 대한 평을 물으며 작가 G 씨가 열심히 한다고 언급했다. 심사 결과, 당초 심사위원 3명의 표를 모두 받은 F 씨는 떨어졌고, 1표를 받은 G 씨가 입주 작가로 선정됐다. G 씨는 지난 7월 성추행 가해 논란이 생겨 발전소에서 자진 퇴실했다.
또, 5월 8일 단기입주작가를 선정하는 심사 자리에서 전 소장은 심사 채점 중 입실해 특정 작가를 추천했다고 감사반은 밝혔다.
감사반은 보고서를 통해 “전 소장은 입주작가 선정심사에서 심사위원이 아닌데도 특정 작가 선발 및 탈락에 관여했고 E 팀장은 심사개입이 부정한 행위임을 인지하고도 담당자에게 함구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직 직원, 프로그램 참가자 부적정 선정 논란도
예술발전소 코디네이터(계약직) 채용, 내부 프로그램 참가자 등에 직원의 지인이 부적정하게 선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E 씨가 예술발전소 편제에 없던 코디네이터 직책을 만들어 2018년 3월 자신의 과 후배를 채용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예술발전소가 상시운영하는 ‘메이드 바이 아티스트’ 사업에서 E 씨는 출신학교 선후배 작가 9명의 전시를 개최하도록 담당 직원에게 지시했다. 이 사업에는 앞서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전의 인쇄 사업을 맡았던 B 업체 대표도 참여했다.
문화재단 감사반 관계자는 “재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 규명과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문화예술노동조합도 “지역에서 예술 관련 사업을 맡고 심사도 하는 재단의 신뢰가 달린 문제다. 자체 감사 결과 회계 처리 부적정, 심사 개입 문제 등의 잘못에 맞게 공정하게 조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예술발전소 운영과 관련해 부실한 부분이 많이 발견됐다. 문제가 지적된 것에 대해 대표로서 송구하다”라며 “서둘러 재단을 정상화하고 예술가와 시민에게 신뢰받는 것이 관건이다. 최대한 만족을 드리도록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 복무규율을 강화하고 심사위원 추천제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 객간적이고 공정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징계와 관련해서는) 재심 등 절차가 남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스민>은 C 씨, 남 전 소장, 팀장 E 씨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대구문화재단 감사는 대구시의 지도점검 결과로 시작됐다. 대구시는 지난 6월부터 한 달 동안 민간위탁시설 관리운영실태 지도점검을 시행했다. 당시 지도점검에서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전 사업의 계약 부적정 문제 등이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