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침산동 한 공장에서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려다 골절상을 입었다.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는 사업주와 사전 동의 없는 무리한 단속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지만, 출입국과 사업주 측은 사전 동의는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지난 13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 한 공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 A 씨에게 자신이 회사에서 다리를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A 씨는 다리에 염증과 골절이 심해 당장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산업재해 처리를 위해 사고 경위를 알아보던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당시 A 씨와 상담을 진행한 대구이주민선교센터와 북부노동상담소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경 공장으로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이 왔다. 외국인등록증이 없던 이주노동자 23명이 단속됐고, 단속 과정을 보던 A 씨는 단속을 피하려고 1m가량 높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A 씨를?본 단속반은 ‘다친 분은 단속하지 않겠다’며 사업주 측에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이야기했다.
윤일규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단속 당시 회사에 사업주가 없었고, 총무 2명만 있었다고 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단속하겠다는 동의가 아닌 통보식으로 전달하고 단속을 진행했다”며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분명히 사업주의 동의서를 서면으로 작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보호요청서를 보여주지도 않았고, 미란다 원칙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장에 들어오면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이고, 단속반은 당연히 창문으로 뛰어내릴 경우를 대비해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출입국 직원이 다친 노동자를 확인했다. 무리한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19일 오전 11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대구시 동구 검사동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입국의 야만적인 집중 단속을 중단하고, 피해 이주노동자에 치료비와 보상을 책임져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출입국이 단속할 때 공통적인 규정 위반이 사업주 동의 절차 없이 무단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호명령서를 제출하지 않고,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고, 여성 이주노동자를 남성이 단속하는 일도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모든 위반 사항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과 대구·경북 이주단체 대표자들의 약속 사항이었다. 실적에만 목을 맨 대구출입국관리소장에게 합당한 지위는 소장이 아닌 징계 사퇴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지난 4월과 9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면담에서 단속 절차와 규정을 지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시 사업주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어 “집중단속은 그야말로 수치상의 실적을 목표로하기 때문에 절차도 무시되고, 지역 출입국사무소 간의 경쟁까지 더해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단속은 필연적”이라며 “고용허가제의 온갖 제도적 모순으로 인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양산되는 현실은 감추고, 실적 단속에 혈안이 된 출입국은 세계의 노동자와 양심으로부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당시 단속에 나갔던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동향조사팀 관계자는 “사업주에게 사전에 동의를 얻었다. 법적 절차를 어긴 것은 없다”며 “서면 동의는 법적 절차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공장 사업주 역시 “단속반이 와 단속을 하겠다고 해서 직접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이에 연대회의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영세 사업장은 단속 시즌이 되면 출입국과는 쥐와 고양이 관계가 된다. 출입국과 입을 맞춘 것 같다”며 “해당 사업장에 40여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출입국의 요구에 따라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이날부터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1월 14일까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1인시위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