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용(65,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탄신제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26일 ‘박정희 대통령 39주기 추모제’가 다가오면서 생가가 있는 구미에서는 보수·진보단체가 장 시장 참석 여부를 두고 상반된 요구를 해왔다.
장세용 시장은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대구경북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추모제 참석 여부에 관해 “일단 제가 참석 안 하는 걸로 하겠다. 탄신제는 물론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참석 안 하는 이유에 대해 장 시장은 “구미시장으로서 21일 왕산 허위 선생 추모제에 가서 거기 오는 분들에게 일정한 설명을 하고, 양해를 한 번 묻고 가겠다는 게 기본적인 로드맵이었는데 상황이 너무 커졌다”며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했다. 제 정체성에 입각하고, 지역에서 고생해온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쪽으로 하겠다. 구미시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가장 중심에 두고 생각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구미시장 역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 시장은 “전임 시장(남유진)님이 박정희 대통령을 두고 반신반인이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좌파와 전쟁을 하겠다’며 증폭됐다. 저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시장은 “현재로는 정쟁밖에 되지 않는다.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일정 동의한다. 저는 분명히 누구도 지울 수 없다고 본다. 지금 구미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하는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끄럽게 만들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새마을테마공원과 ‘박정희 역사자료관’과 관련해서 장 시장은 “솔직하게 새마을테마공원 짓는 것은 알았지만, 흔히 말하는 박정희 유물관을 짓는 줄은 몰랐다. 1급 공립박물관 허가를 받았지만, 명칭도 결정된 것이 없다. 박정희기념사업회 쪽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박정희 이름이 들어가고, 그런 유물이 전시된다면 일부 향수에 젖은 분들이 관광을 오겠지만, 젊은 구미시민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도 보편적으로 지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고, 시민들 의견을 통해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 시장은 “박정희기념관은 이미 서울에도 있다. 곳곳에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미에는 음악당도 없고, 박물관도 없다, 여성회관도 없다.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걸 해야 한다”며 “구미는 애들 키우기 어렵고, 구경할 데 하나 없다고들 한다. 안에는 박정희 유물이 들었더라도 이름은 시민의 것이라고 하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에서는 매년 10월 26일에 추모제, 11월 14일에 탄신제가 열렸다. 김관용 전 시장 시절인 2000년부터 구미시가 생가보존회에 예산을 지원해 행사가 커지기 시작했고, 2013년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때 남유진 당시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이라는 추도사를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올해 구미시는 생가보존회에 추모제 1,350만 원, 탄신제 5,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