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이완영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북 고령·성주·칠곡)은 16일 대구지방법원 등 영남권 각급 법원과 검찰청 국정조사에서 다른 의원들과 달리 공치사와 현안 사업 질의로 국감을 마쳤다.
본인 재판을 진행 중인 법원 국감에 참석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에 대해 이 의원은 이날 국감을 마치고 기자와 만나 “그렇게 보는 시각은 다 지나가지 않았나”며 “그것(재판) 때문에 법사위 하는 거 아니지 않나. 인권을 계속 다루고 있다. 그런 것 때문에 하는 거지, 그것(재판) 때문에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은 이날 오전부터 각각 부산고등법원과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영남권 법원, 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12일 법무부 국감에서처럼 동일 내용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 결정을 옹호했고, 대구 각 법원의 업무 성과를 치하했다.
이 의원은 “법관의 중요한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냐”며 “법치주의 완수”라고 법원 국정감사 질의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어서 지난 12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동일 영장 청구 관련한 본인 질의 영상을 공개한 후 마찬가지 질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판사가 발부한 영장 기각 사유를 검찰이 공개한 것은 사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여러분이 잘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말하는 동일 사건 영장 청구에 대한 사안은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 등이 대부분 기각된 것을 가리킨다. 검찰은 지난 8월 사법농단 관련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이례적으로 기각 사유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어서 “업무보고 자료를 보니까 대구지법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 비례성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 영장 발부 요건 심사를 엄격히하고 있다”며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영장 전담 법관 간에 간담회도 하고, 지법원장님, 많은 성과가 있지요?”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김찬돈 대구지방법원장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하자, “노력에 대해서 평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곧장 “대구고법에서도 탈북자를 초청해서 재판 제도를 자세히 소개하는데, 성과가 있습니까?”라고 사공영진 대구고등법원장에게 질의했다.
이 의원은 사공 대구고법원장이 “탈북자들은 사법 서비스에서 소외되어 있다”면서 부연 설명을 덧붙이려 하자 “제가 잘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소개 드린 것”이라며 설명을 자르고 바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대구 지역 판사 증원 문제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대구지법 판사 한 명당 연간 재판이 440건이고, 서부지원은 790건, 포항지원은 725건”이라며 “대법원 국감 할 때도 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현원도 부족하다. 증원이 필요하도록 조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찬돈 대구지법원장은 이 의원 말에 “저희도 요청하고 의원님들도 도와주시라”고 화답했다.
국정감사 말미에는 경북북부지방법원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부산도 지법이 세 곳, 광주도 세 곳, 대전도 두 곳”이라며 “안동도 경북 소재지가 됐는데, 북부 지역 지법 설치가 진행 중이냐”고 물었다.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은 “영덕 군청에서 대구 본원까지 재판받으러 오려면 3시간”이라며 “북부 지역은 사법 서비스 면에서 소외된 게 있다. 하나 더 설립되어야 한다. 설치에 관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제가 그런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감장에서 확인을 한다”며 “본 의원도 북부지법 개설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면서 경북북부지법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후에 이어진 검찰청 국감에서도 이 의원은 큰 질책은 하지 않았다. 다만 피의사실 공표 금지나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피의자 인권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쳐서 이목을 끌었다.
이 의원은 “미결수가 일본의 여섯 배라는 이야기 들어보셨나?”며 “형사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구속 영장 발부가 안 되면 불이익이 있나? 그런게 아닌데 왜 그런 걸로 검사들을 질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무죄 추정 주의다.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안 된다”며 “미국은 참고인 조사를 하면 피의자의 범죄명이 재판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피의자 조사 당일날 나온다. 왜 우리는 (미국처럼) 선진적 운영을 못하나”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감을 마친 각급 검찰청 주요 간부진과 법사위원들은 부산고검 1층에 마련한 만찬장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