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삼성 봐주기’ 의혹을 받는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 사퇴를 요구하며 청장실을 점거한 가운데 대구에서도 처음으로 ‘대화경찰’이 등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청장실 농성과 천막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민중당, 정의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내고 권혁태 청장 사퇴를 요구했다.
11일 오후 4시 민주노총 대구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등 조합원 150여 명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 집회를 열고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12시 간부 10여 명이 청장실을 기습 점거했고, 오후 5시 50분께 노동청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관련 기사 :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노동청장실 점거…“권혁태 청장 사퇴”)
이날 문재인 정부가 집회시위 참가자와 경찰 소통을 위해 도입한 ‘대화경찰’이 대구에서도 처음 등장했다. 집회를 준비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경찰이 노동청 정문을 막자 40여 분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희은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집회 대오가 정문을 사이에 두고 흩어져 있다”며 “경찰은 신고된 집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대화경찰’이라는 표식을 붙인 대구수성경찰서 소속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할 계획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경력을 정문 좌우로 재배치하도록 조율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3개 중대 경력을 배치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권혁태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 파견 문제를 자기 관할청도 아니면서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동지들이 얼마나 피눈물 나게 투쟁해 왔나. 그 투쟁 과정에서 두 동지가 돌아가셨다”며 “그런데 권혁태 청장이 어떻게 저 자리에서 노동자를 위해 일할 수 있겠나. 민주노총은 권혁태 청장이 사퇴할 때까지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본부의 노동청 점거 소식에 민중당과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권혁태 청장 사퇴를 촉구했다.
민중당 대구시당(위원장 황순규)은 “권혁태는 대구고용노동청장 자리가 아니라 감옥에 가야 마땅했을 인물이다”며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농성은 당연한 분노의 표출이며 그 책임도 권 씨와 고용노동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구속 수사를 시작으로 권력에 의한 노동 탄압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며 “권혁태 씨는 더 이상 지체 말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장태수)도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점거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고도 최소한의 사과조차 거부해온 권혁태 씨가 자초한 것”이라며 “노동계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권 씨에게 노동행정기관장으로서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권혁태 청장은 지난 2013년 서울고용노동청장재임 시절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 결과를 ‘불법파견이 아니다’고 뒤집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처음 만난 권 청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답하고 청장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