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방의회가 국회보다 먼저 업무추진비 공개 제도를 마련하고, 투명한 업무추진비 집행을 시도하고 나섰다. 대구시의회는 1일 ‘대구광역시의회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제정을 예고했고, 구·군의회도 달서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여섯 곳은 내년 상반기까지 조례 제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부터 정의당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중심으로 대구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요구가 이어졌다. 대구경실련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4년치 대구 지방의회 의정운영공통경비를 공개하고 나섰고, 정의당은 대구 각 지방의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내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달 대구 북구의회가 조례안 입법 예고를 한 후 대구 지방의회가 속속 응답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1일 ‘대구광역시의회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을 살펴보면 업무추진비의 집행기준과 사용제한 등을 명시하고 사용 내역을 지출건별로 월 1회 공개하는 걸 의무토록 했다. 조례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함께 발의자로 나서서 큰 물의가 없는 한 이달 열리는 임시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대구 8개 구·군 의회 중 대구시의회와 마찬가지로 조례 제정 계획을 밝힌 곳은 달서구와 달성군의회를 제외한 여섯 곳이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지난달 구·군의회에 조례 제정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고, 답변을 취합해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을 보면 북구, 서구의회는 대구시의회와 마찬가지로 10월 임시회에서 제정할 계획이고, 동구, 중구, 남구, 수성구의회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할 계획을 밝혔다.
정의당은 1일 재차 보도자료를 통해 당 차원에서 준비한 조례안을 각 의회에 제안했다. 정의당이 제안하는 조례안은 대구시의회 조례안보다 제재 조항이 강화되어 있다. 우선 부당사용자에 대한 제재가 권고 수준에 머문 시의회 조례안과 달리 제재를 의무화하고 의장이 위반할 경우엔 부의장이 제재 조치를 하도록 정했다.
또 사용제한 항목에 ▲의정활동과 무관한 의원 상호 간 식사 ▲언론 관계자에게 지급하는 격려금을 추가할 뿐 아니라 심야, 휴일, 사용자 자택 인근에서도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객관적으로 공적 활동을 입증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사용기준을 마련하고 내역을 공개하자는 정의당 요청에 긍정적으로 답해준 모든 의회에 감사를 전한다”며 “지방의회에서도 적극적이고 책임 있게 임해주길 바라고, 아직 뜻을 모으지 못한 의회에서도 조속히 시대 흐름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경실련과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도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경북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을 공개하고 자율적인 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3개 대구·경북 지방의회 중 의회운영공통경비와 운영업무추진비 2개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는 곳은 경북 성주군의회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운영업무추진비 내역을 일부라도 공개하는 의회는 열 곳이고, 나머지 22개 의회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실련과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는 “지방의회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행기관의 감사만으로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자발적인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행정기관에 의한 독립성,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국회는 현재까지 업무추진비 총액만 공개할 뿐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을 보면 국회 업무추진비 총액은 103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