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10월항쟁 72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제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으로 10월항쟁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에 기록하자고 요구했다.
1일 오후 6시 30분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시민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월항쟁 72주년 진실규명 정신계승 추모제’가 열렸다. 10월항쟁유족회 등 30개 단체와 정의당 대구시당, 민중당 경북도당, 대구시당 등이 꾸린 ’10월항쟁72년행사위원회’가 주최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두현 수성구의원이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진실화해위원회를 태동시켜 과거사 기본법이 통과됐으나 희망은 잠깐이었다. 이병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멀어지기만 했다”며 “우리 유족들은 빨갱이 자식이라는 삶에서 벗어나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아직이다”고 말했다.
1946년 9월 미군정 시기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총파업이 대구에서도 벌어진 가운데 시민들도 미군정 식량 정책에 대한 항의와 토지 개혁을 요구하며 대규모 민중들이 참여한 항쟁이 벌어졌다. 지난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는 당시 희생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위령추모사업 지원, 역사기록 수정 등 진실규명을 권고한 바 있다. 2016년 대구시의회에서 ’10월 항쟁 및 민간인 희생과 위령 사업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돼 현재 위령탑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2017년 3월 9일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 11명이 발의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사건 등 과거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기본법안’은 현재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채영희 회장은 “진실화해위원회 부활 등 특별법 제정으로 어두웠던 역사를 진실하게 바로잡아 교과서에 실어 후세들이 역사를 올바로 배우길 기대한다”며 “해방된 나라에서 불의에 맞서다 미군정, 친일파, 국군과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원혼들의 한과 산 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46년 10월의 용기를 기억에서 지우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날 김상숙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위원은 ’10월 항쟁과 과거 청산 운동의 과제’로 추모제를 여는 강연에 나섰다. 김 전 조사위원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배상 문제는 다른 과거사 사건과 달리 관련 입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다. 진실 규명을 결정받은 피해자의 구체적인 명예회복 및 구제 조치와 관련된 법적 방침이 없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자 배·보상 문제를 해결하고, 이 문제를 지속해서 전담할 과거사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미군정 치하 1년 만에 미군정의 폭압에 맞서 위대하고 처절한 저항 투쟁이 바로 이 대구에서 일어났다. 그 선두에 노동자와 민중이 있었고, 그 투쟁은 전국으로 확산됐다”며 “이제 우리는 이 자랑스러운 대구 10월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실현해야 한다. 10월항쟁 정신을 대구 정신으로 자리매김하자. 10월항쟁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번영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는 마임이스트 조성진의 진혼무와 참가자들의 전체 헌화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