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회 교섭 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사회의 경기 침체를 해결할만한 ‘획기적인’ 대안을 발표했다. 그는 연설에서 “국가 존립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곳에 국가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국가 존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출산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출산주도성장을 발표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출산을 위해 어떤 사회적 환경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저출산 해결의 시작은 성평등의 문제, 임금 차별의 문제, 노동시장의 문제, 주택 문제의 해결이다. 출산은 개인의 의욕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다. 시민들이 출산하지 못하겠다는 상황이라면 사회적으로 안정된 출산을 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이다. 아이를 안심하고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은 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안정화 이후에 생기기 때문이다.
출산주도성장의 진짜 노림수는 한국사회에 산재하는 사회구조 문제를 외면하고, 출산을 ‘기피’하는 개인 의지로 종결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출산주도성장은 출산에 필요한 단순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무마한다. 현금 지원만이 사회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사고의 결과이다. 사회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 없이 ‘돈이 필요한’ 개인의 몫으로 돌림으로써 문제를 단순화한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기 위해 재원을 사용할 뿐이다. 이것은 출산주도성장 정책의 허점이다.
출산주도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부작용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 노동의 사회적 보장을 사치로 판단한다. 그리고 출산은 미래에 돈이 되는 수단으로 판단한 ‘장기투자’이다. 출산은 국가의 경제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개체들을 탄생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시민들의 노동환경과 저출산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 없이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출산주도성장이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출산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하여 여성단체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는 정책을 비판했다. 여론마저 출산주도성장 정책의 등장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출산주도성장정책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했다. 출산주도성장이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주장에는 미래를 대비할 주체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빠져있다. 시민들에겐 그들의 생활과 사회구조의 빈틈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에 대비할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 구조 속에서 체감하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돈으로 무마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출산주도성장정책 등장의 노림수에 시민들은 쉽게 속지 않을 것이다. 출산주도성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단 이들이 시민들보다도 치열하게 사회 구조의 부작용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국가 존립을 위한 출산’은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