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부가 2019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대구경북지역 일간신문들은 ‘TK홀대’, ‘TK패싱’을 제기했다. 특히, 지역언론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광주·전남 예산을 비교하며 엄청난 홀대를 받고 있다고 사설을 냈다.
매일신문은 8월 30일자 사설 ‘해도 해도 너무한 文정부의 대구경북 예산 홀대’를 통해 “대구·경북과 달리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문재인 정권 텃밭 지역은 국비 예산이 크게 늘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했고, 영남일보도 같은 날 사설 ‘TK 정치권 역량 모아 잘린 국비예산 되살려야’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가 336만명인 광주·전남에 배정된 예산이 8조1천190억원인 반면 인구가 516만명인 대구·경북의 예산은 6조535억원에 불과하다.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에 맞지 않고 TK 예산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썼다.
대구신문도 같은 날 사설 ‘TK 특별관리한다면 삭감예산부터 살려내라’에서 “인구 336만명의 광주·전남에 배정된 내년도 정부예산은 무려 8조1천190억원인데 비해 인구가 516만명인 대구·경북에 배정된 예산은 6조535억원에 불과하다. 민생경제에도 동서간 차별이 있다는 징표다. 이러고도 국민화합을 말하는가”라고 썼고, 대구일보도 다르지 않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9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장소에 찾아가 지역 일간신문을 보이며 이해찬 대표에게 추가 예산 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언론이 사설에서 쓴 대로 인구 336만 명인 광주·전남 예산이 8조 원을 넘는데 인구 516만 명인 대구·경북 예산이 6조5천억 원에 불과하다면 엄청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이 사설에 언급한 예산 기준부터가 틀렸다.
4일 대구를 방문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대구·경북 예산 홀대론에 대해 “지자체별 국비 확보 예산 규모는 해당 지자체가 발표한 숫자로서, 집계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규모를 서로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이 정답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각 지자체가 발표한 자료만 살펴봐도 기준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상북도는 국비반영 건의사업에 대한 예산 반영액을 기준으로 자료를 발표했다. 그래서 확보한 예산이 3조 1,635억 원이고, 분야별로 보면 ▲SOC분야 1조 7,290억원(20,340억원, 85%) ▲연구개발분야 1,891억원(2,100억원, 90%) ▲농림수산분야 6,816억원(5,300억원, 129%) ▲문화분야 957억원(1,260억원, 76%) ▲환경분야 2,420억원(4,000억원, 61%) ▲복지분야 108억원(200억원, 54%) ▲기타분야 2,153억원(2,800억원, 77%)이다. (괄호 안은 경상북도가 건의한 예산 액수다)
반면 전라남도는 국비가 들어간 전체 예산을 발표했다. 그래서 확보한 예산이 6조 1,041 원이다.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복지 분야다. 경북은 고작 108억 원만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전남은 의무지출 예산을 모두 포함해 발표했다. 복지 분야의 예산만 보면 ▲기초 연금 8천723억 원 ▲아동 수당 664억 원 ▲노인 일자리 486억 원 ▲치매 치료 295억 원 ▲장애인 활동지원 275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의무지출 예산은 공적연금·건강보험·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률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예산으로 정부가 원한다고 삭감할 수 없다. 경상북도가 발표한 확보 예산에는 이 부분이 모두 빠져있고, 전라남도는 모두 포함해 발표했다.
자주 언급되는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확보 금액을 살펴봐도 그렇다. 전라남도는 8천31억 원이라고 발표했고, 경상북도는 SOC 분야 국비를 1조7290억 원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전체 SOC 예산 규모는 17조7천억 원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국비 예산안을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올해 편성한 전체 예산안은 살펴볼 수 있다. 2018년 전라남도의 세입은 7조 5,704억 원, 경상북도의 세입은 7조 8,035억 원이었다. 역시 문재인 정부였던 지난해 말 경상북도는 국가투자예산으로 10조3656억 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 이 자료에서는 해를 넘겨 지속하는 사업의 전체 예산도 포함해 계산했다. 발표할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준이 다르니 단순 비교가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대구·경북을 홀대한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할 능력은 없다. 다만, ‘TK홀대론’ 주장의 근거는 틀렸다는 사실은 간단히 검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