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 당선됨으로써 상당한 신의를 얻었다고 봐야 한다”
이기광 변호사(법무법인 중원)는 이완영 의원 무죄를 주장한 후 설령 죄를 인정하더라도 양형이 과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신별관 202호 법정에선 이완영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북 성주·칠곡·고령) 정치자금법 위반 및 무고죄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처음 모습을 보인 이 변호사는 지난 2월까지 울산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했다.
이 의원은 1심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지난 5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보다 무고죄를 더 중하게 처벌(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했다. 이 변호사가 양형이 과하다고 한 게 무고죄에 대한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은 1심 재판에서부터 두 개 로펌에 변론을 부탁했다. 두 로펌 중 법무법인 소백 황정근 변호사는 손꼽히는 선거법 전문가다. 1심에서 주로 변론을 맡았다. 1심 재판 결과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했지만, 황 변호사는 그대로 남았다. 대신 26년을 대구에서 판사 생활을 하고 울산에서 법원장으로 퇴직한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이완영 측, 지난 2월 법원장 퇴임 변호사 새로 선임
1심과 마찬가지 “6인 회의 없었다” 무죄 주장
이 의원 측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 논리로 무죄를 주장했다. 무죄 주장의 핵심 근거는 2가지다. 첫 번째는 불법정치자금 집행을 모의한 이른바 ‘6인 회의’가 실재한 회의가 아니라는 거다. 집행 모의가 없었으므로 설령 누군가 불법정치자금을 집행했더라도 이 의원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근거는 법리 다툼 영역이다.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99도636)를 근거로 해당 범죄행위가 공직선거법을 포함해 복수의 법을 어겼을 때, 선거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면서 정치자금법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이 판례에 따라 선거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선거법 공소시효 때문이다. 선거법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어서 2012년 선거법 위반 행위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도 이 의원 측은 큰 틀에서 변론 요지를 바꾸지 않았다. 다만, 법리 다툼의 근거에 작은 변화를 줬다. 1심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지만, 항소심 첫 공판에선 형법을 근거로 선거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법 40조는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의 혐의는 선거법상 매수죄에 해당할 수 있고, 이 조항으로 처벌 받으면 가장 중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1심 재판부는 이완영 측 주장 모두 기각
“김명석 포함 ‘6인 회의 실재’ 주장 신빙성 높다”
1심 재판부는 이 의원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가량 재판을 진행하면서 증인만 38명을 불러 신문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과 증거, 증인신문을 종합해서 ‘6인 회의’가 실재했다고 판단했다. 선거법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6인 회의’를 실재했다고 판단한 데에는 증인들의 증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6인 회의는 이완영 의원과 이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김명석 전 성주군의원, 그리고 이들의 지인 4명이 함께 했다. 이들 중 이 의원을 포함한 3명은 6인 회의를 부인했고, 김 전 군의원을 포함한 3명은 6인 회의를 인정해서 다툼이 있었다. 재판부는 6명을 모두 불러 신문했고, 그 결과 김 전 군의원을 포함한 3명의 증언에 신빙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 판단 이유가 드러난다.
“피고인(이완영)의 주장처럼 만일 B(김명석), D, C 등이 허위로 선거대책회의(6인 회의)를 하였다고 조작하고자 한다면, 피고인과 자신들만이 함께 비밀리에 회의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말을 맞추는 것이 손쉽고 안전한 방법이다. 굳이 허위임이 탄로 날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들보다 피고인과 가까운 F, 피고인의 친구 E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참석자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한다면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경우 공직선거법 선거자유방해죄와 폭행죄가 성립하고 두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으므로 그 중 선거자유방해죄에 대하여 단기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폭행죄도 아울러 공소시효가 완성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바, 이러한 결론이 부당함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쉬운 예를 들어 근거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 변호사, 법리 주장 근거 등 바뀐 3가지가 변수
1심 재판에서 사실상 완패한 이 의원 측은 판결 사흘 후(5월 17일) 항소했고, 7월 새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리 주장에서 근거가 미묘하게 바뀐 것을 제외하면, 항소심 재판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2가지다. 1심에서 2심으로 넘어오면서 바뀐 2가지, 재판부와 법원장 출신 변호사다.
“20대 국회에 당선됨으로써 상당한 신의를 얻었다고 봐야 한다”고 양형이 과하다는 선처 호소(?)도 있었지만, 1심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놨다.
“피고인(이완영)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재선되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국회의원으로서 지위를 유지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그릇된 신호를 줌으로써 선거에서의 결과만능주의를 부추길 위험이 크므로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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