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아이쿱생협은 서울, 대구, 광주에서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아낌없이 표시하자, 아이쿱 카트축제’를 엽니다. 2006년 도입된 식품완전표시제에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실제 첨가물이 무엇인지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데요. 식품표시 기준이 시민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올 한 해 동안 캠페인을 벌여온 대구참누리아이쿱생협 윤순명 이사장, 대구아이쿱생협 오선영 이사장, 대구행복아이쿱생협 이은희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올해 초 아이쿱생협은 ‘우리농업지키기 소비자 10만인대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3월경 ‘예외 없는 식품완전 표시제’ 캠페인으로 올해 과제를 전환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이은희 우리농업지키기 10만인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이쿱생협연합회 전체적으로 논의를 많이 했어요. 현재 우리가 우리 농업 지키기라는 큰 의제를 다 소화할 수 있을까. 농업 문제를 아이쿱이 좌우할 수도 없고, 농민들도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정책을 다 바꿀 수 있느냐는 의견들이 나왔어요. 단념하고서 아이쿱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찾기 시작했죠. 소비자가 예외가 많은 식품 완전 표시제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요. 결국, 농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큰 틀에서 봤을 때 소비자가 우리 농업 지키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죠.
윤순명 우리농업지키기 캠페인은 생협에서 조합원에게 설명하기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쿱은 일단 물품을 가지고 사업을 하잖아요. 이 물품이 노동, 안전, 농업을 생각하니까요. 10명 중에 1명은 농업지키기를 해야 한다는 분도 있었어요.
오선영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조합원에게 물건 살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보느냐 물었어요. 대부분 원산지를 첫 손에 꼽아요. 국내산을 사고 중국산을 피하겠다는 거죠. 식품 첨가물의 원산지 표시가 잘 되면 처음 우리가 의도했던대로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겠구나.
이은희 조합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매장 이용만 하거든요. 일반 물품과 달리 자연드림(아이쿱생협 매장) 물품은 믿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해요. 그런데 현행 표시제에서는 다 드러낼 수 없는 부분도 많거든요. 자연드림은 독자인증도 받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아요. 간장만 보더라도 그래요. 간장만 보더라도 표시를 완전하게 하면 우리 콩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잖아요. 그래서 우리 콩 수확이 늘어나고, 식품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지면 농업이 살아나지 않을까요.
아이쿱생협 조합원이라면 어느 정도 식품 안전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잖아요. 그러면 식품완전표시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명을 하셨나요? 조합원 아닌 시민에게 이야기를 한 번 전해주세요.
윤순명 식품완전 표시제 관련해서 저도 처음에는 자세히 몰랐거든요. 표시가 완전히 다 되어 있는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겠지만, 한 물품마다 이야기를 하려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조합원도 마찬가지죠. 그만큼 현행 표시제가 첨가물에 대해 복잡하게 만들어 놨어요. 그런데 매장에서 캠페인 하는 걸 본 비조합원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었어요. 내년에는 비조합원 대상으로 캠페인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오선영 맞아요. 비조합원도 매장에 오니까. 관심을 끌게 되더라고요. 아이쿱에서 캠페인을 벌이기 전까지 ‘식품완전표시제’를 들어본 적 없는 분들도 많았고,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먹거리가 중요한 시대가 됐잖아요. 캠페인 하면서 만난 어느 조합원은 물품 하나를 꼼꼼하게 보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자세히 살피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표시도 그에 발맞춰 가야죠. 간단히 말해서 GMO(유전자변형식품)를 쓴 건지 알려주겠다는 거죠. 소비자에게 선택을 맡기는.
사실, 생협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생협 물품이 비싸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전한 물품이기 때문이죠. 가격을 보고 식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완전표시제 도입 요구로 인해 물건 가격이 올라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도 있더라고요.
이은희 표시제가 된다고 해서 가격이 올라갈까요? 아니에요. 생협 물품 중에서도 시중가격보다 값이 저렴한 물품도 있어요. 대기업이 마음먹고 한다면 표시제를 하고도 적정 가격대로 판매할 수 있어요. 기업들이 하기 싫다는 말을 바꿔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윤순명 매장 앞에서 생협과 P사 롤케잌 시식회를 열었어요. 생협은 우리밀이잖아요. P사는 알 수가 없죠. 가격은 생협 쪽이 더 저렴했어요.
오선영 실제로 물건 하나 만들 때 원재료 가격은 얼마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오히려 식품완전 표시제를 통해 식품 원가 공개까지 요구할 수 있다고 봐요.
맞아요. 기업의 변명과 처지를 너무 고려해주는 편인 것 같긴 하네요. 예전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급식 만들기’ 운동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저소득층은 아무리 학교에서 안전한 급식을 먹더라도, 밖으로 나가면 음식 앞에서 방사능 생각할 겨를이 없잖아요. 요즘은 가정에서 요리해 먹는 이들도 많지만, 사 먹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예외 없이 완전 표시를 하더라도 완성된 음식을 먹을 때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 같아요.
오선영 현행 표시제 대로면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첨가물 성분을 자세히 알 수가 없잖아요. 우선 안 좋은 첨가물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선택하고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조합원 중에서 이런 교육을 받고 학교 영양사를 찾아갔데요. 표고버섯이나 방사능 위험이 있는 음식을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더니, 영양사도 수긍했데요. 생활에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모여서 목소리를 내면 그 효과가 커지지 않을까요.
윤순명 우리가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라고 봐요. 칠곡은 지역 단체들이 많아 캠페인 내용을 많이 알렸어요. 이분들 중에 장사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올해가 식품완전표시제가 무엇인지 알려냈다면, 내년에는 조금 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잡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식당마다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를 원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다든가 말이죠.
한꺼번에 많은 걸 이룰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아이쿱생협이 캠페인을 벌이면서 ‘식품완전표시제’와 식품 첨가물, GMO에 대해 알게 된 시민들이 늘어난 점은 성과라고 여겨집니다. 카트축제를 앞두고 앞으로 계획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부탁합니다.
이은희 올해는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소통하는 내부적 성과가 더 많았어요. 대구에서 열리는 카트축제도 그런 의미이고요. 조합원이 결집하고 사회적 선언을 하는 장을 통해서 생협의 지향이 사회적으로 옳고, 좋은 삶을 만들어가는 활동이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높아진 참여도와 신뢰도를 통해 내년에는 법 개정 등 구체적인 캠페인 운동을 벌여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선영 우선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스스로 참여하고, 내가 아이쿱생협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길 바래요. 더불어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 이렇게 바뀌는구나 하는 걸 느끼지 않을까요.
윤순명 축제는 5개월 동안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캠페인을 계속 해나가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2005년 조합원 100명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여의도에 올라가 우리밀 지키기 대회에 참석했던 기억이 나요. 인원은 적었지만, 내가 주인으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어요. 우선 내년에는 자연드림 매장에서라도 한두 품목을 선정해 완전표시를 해서 판매하는 등의 구체적 실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