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째 파업 중인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이 주한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를 만나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21일 오전 11시 대구가톨릭대병원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가톨릭대학의료원분회)가 주한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에게 파업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직접 서한을 전달받은 슈에레브 대주교는 병원 파업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노사가 대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조의 파업이 28일째로 한 달 가까이 되어 가지만, 지난 8일 이후 2주째 본교섭이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병원은 기본급 5.5% 인상과 월 55,000원을 더해주는 것 이상 임금안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날 조합원들을 만난 슈에레브 대주교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갈등을 알고 있다. 성공적인 합의를 위해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병원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 내가 그들 가까이에서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서한을 전달하러 온 조합원의 안부와 직업을 물었고, 사제가 신자에게 하느님의 복을 내려준다는 의미의 ‘강복기도’를 했다.
18년차 간호사인 곽 모 씨는 슈에레브 대주교의 강복기도를 받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곽 씨는 “제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직원들의 절규에도 꿈쩍하지 않는 이경수 의료원장과 조환길 대구대교구장 때문에 이곳까지 왔다”며 “지금 대구대교구는 온갖 비리로 얼룩져있다. 최소한의 상식마저 사라져버린 병원에서 너무나 많은 신자가 부끄럽다고 울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곽 씨는 “저 또한 주님을 믿고 사는 게 이렇게 부끄러워야하는지 묻고 싶다”며 “이 모든 일이 썩어빠진 인간들의 짓이라는 걸 알기에 여기에서 실망하고 주님을 버리기보다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가톨릭 정신이 무너지는 걸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병원에서 학교 법인 선목학원으로 보낸 전출금 635억 원이 결산서에 누락됐다며 회계 부정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슈에레브 대주교를 만나기에 앞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사태 해결 ▲학교법인 선목학원(이사장 조환길) 투명한 회계 운영 등 천주교 대구대교구 쇄신을 요구했다. 또,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파업 참가자 550여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슈에레브 대주교에게 쓴 편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