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구미시 노사민정실무협의회가 아사히글라스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대량 해고 사태 100여 일 만이다. 간담회 자리에는 아사히글라스, 지티에스(GTS), 노조에서 각 1인씩 증인으로 참석했지만, 적극적 해결책보다는 질의응답 수준에 그쳤고, “노조 안 하면 안 되느냐”는 질문도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구미시는 조속한 해결을 위해 관계기관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형식적 자리로서 협의회를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미시 노사민정실무협의회는 13일 오후 2시 구미시종합비지니스센터 303호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참가 대상 단체는 한국노총 구미지부, 고용노동부 구미지청, 구미상공회의소, 경북경영자총협회, 금오공대, 구미여성단체협의회, 구미시의회, 한국산업단지 대구경북지역본부, 구미중소기업협의회, 구미시민사랑회로 총 10명이다. 간담회는 지난 7월 29일, 10월 6일 두 차례 열린 구미시 노사민정협의회(위원장 구미시장 남유진)가 아사히글라스에서 벌어진 대량 해고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 간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면서 마련됐다.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자리지만, 실무협의회는 시작부터 미흡한 준비가 드러났다.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는 실무협의회 참석자들이 차헌호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위원장, 정재윤 지티에스 사장, 김재근 아사히글라스 본부장을 1명씩 차례로 불러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노조는 3명의 증인이 한 자리에 참석한 가운데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통보받았지만, 현장에서 변경된 간담회 진행 방식을 통보받았다.
또, 내용과 결과도 부실했다. 증인의 말을 종합하면 참가자들은 이미 알려진 사실 관계를 증인에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구미시 노사민정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르면 노사분규 발생 예방 및 해소방안과 실업 및 고용대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 또, 실무협의회에 결정 사항을 위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조는 노사민정협의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헌호 위원장은 “노조 안 하면 안 되느냐, 돈 받고 나가면 안 되느냐는 질문들이 나왔다”며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해고자들이 어디가 아픈지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구체적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형식적 이야기만 오간다면 노사민정협의회를 지속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노사민정실무협의회 위원장인 황종철 구미시 경제통상국장은 “관계기관 의견을 모아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정도가 협의회의 역할이라 구체적 대책 마련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그렇지만 아사히글라스와 노조 양측이 물러설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고 100일을 넘긴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소속 50여 명은 현재 공장 정문 앞과 구미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가 도급업체 지티에스에 도급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