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 행정처가 일본군 ‘위안부’ 재판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생존자인 이용수(90) 할머니와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처벌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2015년 한일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일본 정부에 받은 10억 엔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직권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 문건 등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지난 2016년 1월 4일 작성된 것으로, 관련 소송 1심에서 ‘각하’ 또는 ‘기각’ 결론을 내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6년 1월 4일은 한·일 외교부가 2015년 12월 28일 이른바 ‘불가역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다고 발표하고 꼭 일주일이 지난 뒤다.
합의 발표 이틀 뒤(12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신청 불성립 결정을 했다. 해당 조정 절차는 2013년 8월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서 2년을 끌어오고 있었다.
조정불성립 결정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은 조정 대신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2016년 1월 29일 본안 재판 담당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가 결정됐다. 때문에 법원행정처 문건은 본안 재판이 시작될 위안부 피해자 손배재판에 대해 미리 특정 결론으로 유도하려고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3일 오전 10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개 단체는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법부와 자국민의 권리를 묵살한 외교부를 규탄한다”며 “양승태 사법농단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는 “법관이라는 사람이 법을 왜곡하다니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양승태도 박근혜가 처벌받고 있는 것처럼 처벌받아야 한다”고 분노했다.
안이정선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2015년 당시 합의는 온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사과와 법적 배상이 모두 빠졌다”며 “이 합의로 피해자들이 일본에 배상 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판결도 무용지물이 됐다. 법원행정처가 일본 정부 면죄부 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피해자들이 낸 소송은 3년째 1심 계류 중이다”고 꼬집었다.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에 대해 한국 정부가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유효하다. 외교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2015년 배상금인지 위로금인지 모를 10억 엔을 받아왔다”며 “양승태 대법관은 돈을 받았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냐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렸다. 판사는 법률관의 양심에 따라야 한다. 대법관은 개별 재판에 개입하면 안 된다.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처벌과 함께 2015년 합의로 일본 정부에 받은 10억 엔을 돌려주고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까지 반환을 완료해야 한다며 ’10억 엔 반환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최봉태 위원장은 “1993년 고노담화 이후, 1998년 일본 정부가 법을 제정해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년이 지나도록 한국 외교부는 마치 일본 외무성 한국지부처럼 자국민 구제에 생각이 없었다”며 “외교부만 입장을 바꾸면 된다. 10억 엔을 돌려주고, 제대로된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