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영풍제련소 첫 개방···식수원 오염 불안 해소 안 돼

조업정지 처분 행정심판 앞두고 기자들에 공개...사과는 없어

21:30

낙동강 상류 식수원 오염 논란이 일고 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제련소가 공장 가동 48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시설을 개방했다. 그러나 식수원 오염 불안 해소에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영풍은 26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가량 내부 시설 개방 행사를 진행했다. 이강인 대표이사 인사, 공정별 시찰, 기자간담회 순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기자 10여 명과 함께 일부 시민도 참여했다.

영풍이 공개한 석포제련소 공정은 배소(아연광을 가열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주조, 정수 공정이다. 낙동강으로 폐수 방출 직전 공정인 정수공정에서는 오염수 자동 차단 시스템 시연을 진행했다. 오염수 자동 차단 시스템은 낙동강으로 정수된 폐수가 방류되기 전, 오염물질 검출 시 방류관을 막아 방류를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영풍 측은 올해 초 오염수 방류 사태 적발로 ‘조업 정지’ 처분을 받자 설치했다.

▲정수공정(3공장) 내 오염수 자동 차단 시스템

오염수 차단 시연 과정에서 일부 참가 시민이 폐수 상태에 의구심을 보이자 영풍 관계자는 폐수를 시음하는 모습도 보였다. 제련소는 이외에도 ‘무방류 공정’을 개발해 낙동강으로 폐수 방류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무방류 공정은 연간 12억 원가량 운영비를 들여 운영하며, 2019년 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이강인 대표이사는 올해 초 발생한 방류 사태에 대해 “펌프 고장으로 인해 실시간 생물학적 처리 공정에서 반출수가 흘러내렸다. 2시간 동안 흘러내린 양이 70톤 정도”라며 “그 일 이후 대책을 세웠다. 더러운 물이 나가게 되면 자동 차단되는 장비를 설치(자동 차단 시스템)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찰 과정에서는 황산공정(1공장), 정수공정(2공장) 인근 야산에 집단 괴사한 나무들이 보였다. 이에 대해 이강인 대표이사는 “복합적인 이유로 나무가 상했다. 제련소와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니고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풍제련소 1공장 인근 나무들이 괴사해있다.
▲제련소 내부 2공장(주조공정)

시찰 과정에서 사회를 맡은 관계자는 “공장이 연결돼 있어 한 공장만 멈추는 것은 어렵다. 계속 가동돼야 안전하다”라며 “오염된 물이 방류되면 자동차단시스템이 있어 안전하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이에 공장 시찰 참가자 사이에서는 “자세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데 회사가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여줬다”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편, 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은 폐수 유입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질 오염 외에도, 대기 유해 물질 방출로 인해 인근 수질·토양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기오염물질이 인근 토양에 쌓여 토양을 오염시키고, 비가 내리면 오염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된다고 지적한다.

공대위는 제련소가 연간 80톤 이상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제1종 특정대기유해물질배출시설인데도 오염 감시 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57개의 대기배출시설이 있는데도 TMS(Tele Monitoring system, 원격감시체계)는 3개만 설치됐다는 것이다. 제련소 측에 따르면, TMS는 현재 TSL공정(3공장)과 정수공정(2공장)에 각 1개, 황산공정(1공장)에 2개가 설치돼 있다.

▲1공장 내부 TMS시스템
▲이강인 영풍제련소 대표이사

시찰 이후 기자간담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강인 대표이사는 방류 사태에 대한 사과 의사를 묻자 “주민 소통 부족 해소를 위한 자리로, 사과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장 이전 계획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이전할 계획도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도 부지 마련이 어렵다. 만약 국가가 공장 부지를 마련해준다면 이전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3공장 불법 축조 의혹에 대해서는 “공장 짓는 도중에 저지운동이 벌어져서 행정적 미스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영풍제련소는 1970년 낙동강 상류 지역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설립됐다. 2013년부터 폐수 등 유출, 오염물질 배출기준 초과 등으로 46건의 환경관련법 위반 사례가 적발돼 과태료 등 처분을 받았다. 올해 초 제련소는 낙동강에 정화되지 않은 폐수 70t을 무단 방류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았으나, 제련소 측은 조업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이날 시설 개방과 기자 간담회는 중앙제련소 측이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열렸다.

올해 3월에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아연 슬러지 처리 작업 중 사망한 사실도 밝혀지기도 했다. 슬러지 처리 작업 중 찌꺼기를 제거하다가 넘어진 하청업체 노동자 A(69) 씨가 슬러지에 빠졌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제련소 내 아연괴가 쌓여있다
▲영풍제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