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관장 정연희)이 ‘2018기억공작소’ 세 번째 전시로 서옥순 작가의 ‘눈물’전을 지난 13일 개막했다.
자화상 두 점과 그 둘을 갈라놓은 사각수평막으로 구성된 ‘눈물’ 연작과 ‘존재’, ‘그릇’ 연작 등 총 12점을 전시한다. 이 작품들은 작가 서옥순이 검은 실을 이용한 바느질로 만들었다.
전시실 정면은 벽에서 바닥까지 ‘눈물’ 연작 세 작품이 설치됐다. 높이 5.14m 폭 4.96m 크기의 벽에 걸린 우는 얼굴은 ‘눈물’ 연작의 하나로 작가의 자화상이다.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가운데 하나는 끊어지지 않고 바닥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바닥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누운 사람 크기의 인형이다.
주먹 쥔 왼손과 손바닥이 보이는 오른손, 흰 머리카락, 얼굴은 검은 나비 문양을 꿰맸다. 나머지는 바닥에서 30cm쯤 띄워 검은색 실을 연이어 만든 5mx4m 수평면으로 두 자화상 사이를 막고 있다.
기획자 정종구는 검은색 수평면에 대해 “이 풍경은 가까운 쪽에서부터 멀어질수록 더 어두워지는 검은 색의 변화로 인해 신성함을 주기도 하며, 고요한 밤의 수면처럼 평안한 명상의 상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어진 실을 묶어 이은 몇 개의 매듭 때문인지, 정색한 듯 반듯하지만 내면의 굴곡과 희로애락의 격정을 숨겨 가리려는 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서옥순 작가는 “바느질하는 반복된 과정에서, 시간이 거꾸로 가듯 기억들이 하나, 둘 나와 내 주위를 맴돌아 살아나기 시작했고, 한숨과 기쁨, 슬픔,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교차하면서 기억과 망각을 오고갔다. 이런 생각이 거의 지나갈 무렵 마음은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고, 나의 얼굴 중에 거의 완성단계인 눈동자를 수놓으며, 마지막 매듭을 위해 실을 길게 뽑아 올리는 그 순간, 나의 시선은 눈동자에서 흐르는 듯한 뜻밖의 발견(serendipity), 눈물을 보았다”라고 작업노트에 썼다.
작가의 바느질은 유년시절 할머니가 꿰매던 알록달록한 복주머니와 이어진다. 독일 유학 시절 두 번째 지도교수인 몽키비취의 ‘네 것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다시 발견한 작업 방식이 바느질이었다.
서옥순은 계명대학교 서양화학과, 독일 브라운슈바익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학-석사 졸업했다. 독일과 한국에서 10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9월 30일까지 진행되며, 9월 8일에는 ‘바느질을 통한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작가와 대화 및 체험활동이 열린다. 문의는 053-661-3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