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 인사기록지 특기사항에 ‘김아무개 부행장 채용약속’, ‘父 경산시 공무원 자녀’ 등을 명기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25일 오후 4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뇌물공여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날은 2013년 경산시 금고 선정 과정에서 대구은행에 자녀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기소된 경산시청 A 공무원과 박인규 은행장에 대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A 공무원의 자녀는 2014년 6월 대구은행 측이 필기시험과 면접 점수 조작을 통해 부정채용됐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달 퇴사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2013년 “경산시 금고 선정할 때 도움을 준 담당 과장 자녀가 응시를 했다”는 내용을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과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에게 보고한 김모 당시 대구은행 공공금융본부장을 증인으로 나왔다.
김모 씨는 2013년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도움을 준 A 공무원 자녀가 대구은행 채용을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을 김경룡 당시 대구은행 본부장에게 보고받아 하춘수 은행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김모 씨는 “하춘수 은행장에게 보고하니 ‘자격 요건을 확인해야하지 않느냐’는 답변을 받았다”며 “2014년 3월 하춘수 은행장에게 A 공무원 자녀가 채용에 응시했다는 내용을 보고하고, 인사담당자와 차기 은행장으로 예정된 박인규에게도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인규 전 은행장 변호인 측은 “박인규 은행장은 경산시 금고 지정 과정에 없었기 때문에 당시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했고, A 공무원 측은 “시금고 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김모 씨에게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모 씨는 “A 공무원으로부터 직접적인 채용 청탁을 받은 적은 없고, 김경룡 본부장으로부터 시금고 지정과 이후 관계에 있어 A 공무원의 자녀를 채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그런 취지로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대구은행 인사부서에서 작성한 기록이 나왔다. A 공무원 자녀의 인사 카드에는 특기사항에 ‘김모 부행장(父 경산시 세무과장)’이라고 적혀 있었고, 또 다른 국장급 공무원 자녀의 인사 카드에도 ‘김모 부행장 채용약속건’라고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모 씨는 “인사 담당부서에서 작성한 것이라 나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A 공무원은 지난 2013년 경산시청 세무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자녀의 대구은행 채용을 요구하며 대구은행이 경산시 금고 선정 심사과정에서 유리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검찰 조사와 이날 재판에서도 “시금고 선정 대가로 자녀의 대구은행 채용을 청탁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산시 국장으로 근무 중이던 A 공무원은 지난 7월 2일 경산시로부터 직위해제됐다.
검찰은 박 전 은행장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직원 채용에 관여해 부정한 채용을 행한 혐의, 일명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형사 수사에 필요한 인사부 자료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 경산시 금고로 대구은행이 선정되도록 경산시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한 혐의(뇌물공여) 등을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박인규 전 은행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8월 14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