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노숙인·이주민 시설에서 일했던 직원이 시설 대표를 맡은 김모 목사를 운영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모 목사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시설 운영자금으로 지출했다는 증거 자료가 다 있다. 해당 단체들을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반박했다.
대구의 한 노숙인시설에서 근무했던 지만재 목사와 인권실천시민행동 등 13개 단체는 19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모 목사를 횡령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 주장에 따르면 김모 목사가 횡령한 금액은 약 3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복지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해야 할 재정을 횡령한 김모 목사는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문제제기한 고발인을 해고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김모 목사가 사회적 약자 지원 단체를 후원하기 설립한 대구지역사회선교협의회 예산을 단체 의도와 관계없이 스리랑카, 필리핀 등에 사업을 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후원금을 썼다고 주장했다.
또, 김모 목사가 대표인 교회가 운영하는 노숙인쉼터 운영자금으로 지원한 사회선교협의회 자금을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 2013년 5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2,750만 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김모 목사의 보조금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2011년 5월 김모 목사 소유 교회 건물에 사회선교협의회 운영하던 노숙인쉼터를 이전해 전세금 7,000만 원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대구시비가 약 5천만 원 정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해 11월 자신이 노숙인쉼터를 인수하면서 대구시비를 반납하지 않았고, 사회선교협의회 부담금 2천만 원도 반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보조금은 사회선교협의회가 노숙인쉼터를 운영할 때 지원했던 것이다. 운영 주체가 바뀌면 시의 허락을 맡아야 하고, 보조금도 돌려줬다가 다시 받던가 해야 한다. 말이 안 된다. 시가 이 절차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공무원도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뉴스민>이 대구시청과 해당 구청에 확인한 결과 당시 행정 처리는 19일 현재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운영주체 변경 과정에서 보조금이 어떻게 됐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모 목사는 횡령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김모 목사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해당 목사가 5년 근무했는데 내부 업무 태만이 있어서 해고했다. 거기에 불만을 품고 문제 제기한 것 같은데 후원금은 세금 납부와 노숙인 쉼터 운영에 썼다. 증거가 다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보조금 횡령의혹에 대해서도 김모 목사는 “지금도 노숙인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시설을 운영하면 반납해야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말도 안 되는 문제제기에도 참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하면 나도 무고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모 목사는 1996년 외국인노동상담소를 열면서 이주노동자 인권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IMF로 대규모 실직으로 노숙인이 늘어난 1998년에는 노숙인쉼터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7월 대법원은 김모 목사가 외국인근로자의 임금 체불 사건을 대행하고 금품을 받아 변호사법과 노무사법을 위반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